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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계사년 새해를 맞으며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6년동안 순례 함께한
6000여 순례자들의 마음엔
자비로움이 차곡차곡 쌓여
사고없는 순례선연 이어져

 

2012년 임진년(壬辰年) 한해가 가고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묵은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을 가지고 내년 첫 순례를 기다린다. 108산사순례는 올 1월 남양주 운악산 봉선사 순례를 시작으로 12월 제주도 한라산 관음사 순례를 끝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 기나긴 여정이었다.

 

무엇보다 6천여 명의 우리 회원들이 남도(南道)로 북쪽으로 때론 섬으로, 수천리 길을 순례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없이 무사히 순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과 불보살님의 가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례는 순례자의 단순한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차량과 인원들이 함께 하는 험난하고 고단한 길이기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의하고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불자회원들의 안전이다. 모든 봉사자와 회원들이 규율과 질서를 잘 지켜주었기 때문에 올해도 무사히 대장정을 회향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우리 회원들이 진실로 고맙다.


순례란 길과 길의 끝을 지나 삼수갑산에 있는 성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 속엔 사시사철 고요함과 아름다운 풍경,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가득하다. 도시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가족, 이웃 그리고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해 기도를 하고 또한 스님에게 축원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환희로움이다.


돌이켜보면 춥거나 더울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순례를 다니면서도 그 어떤 불평불만도 내색하지 않는 우리 회원들이 늘 자랑스러웠다. 그런 마음은 순례의 오랜 과정을 거쳐야만 나올 수 있다. 이젠 어련히 그런 고난을 우리 회원들은 스스로 인내하고 다짐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 지극한 신심을 개개인이 구족하고 있다. 기도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러한 마음가짐이 없다면, 순례의 의미 또한 없다. 왜냐하면 나와 우리 회원들은 이미 성스러운 순례자가 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우리에게 어찌 108산사순례가 고난의 행군이 될 수 있겠는가.

이제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길고 긴 1년간의 여정을 마쳤던 그 에너지로 우리는 새로운 한 해의 순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스스로 되물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어떤 일을 가거나 했을 때 한 걸음만 더 갔더라면, 만날 수 있었던 것을 도중에 돌아서는 바람에 물거품처럼 덧없이 무산되는 경우를 맛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하지만 좋은 인연과 새로운 희망은 언제나 길의 끝에 서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저 잠깐의 비바람과 고난 때문에,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어두운 터널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발길을 돌리는 순간 모든 희망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9년간의 대장정 중 이미 6년이 지났다. 그 사이 어머니와 함께 순례를 다니던 초등학생이 벌써 대학생이 되었듯이 세월은 무심하고 빠르게 흘러갔다. 순례를 함께 했던 회원들은 지극한 도반이 되었으며 나와 회원들 또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을 엮어 놓았다. 이렇듯 우리 회원들은 모두가 좋은 사람이며 좋은 인연이 된 것이다.


눈을 감고 가슴을 열고 조용히 명상에 잠겨 생각해보라. 아마도 우리가 무심코 지나온 수많은 사찰과 풍요로왔던 공기와 아름다운 꽃과 새들이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 6년 동안 아름다운 순례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선묵 혜자 스님

그러나 부처님의 가피에는 공짜가 없다. 자신이 기도한 만큼 어느 날 갑자기 가피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순례의 힘이요, 기도의 힘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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