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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마왕의 귀의

기자명 법보신문

마왕의 무기를 연꽃으로 바꾼 부처님

파순은 사나운 바람과
큰 비를 휘몰았습니다.
이어서 악마의 군사와
칼과 창을 던졌습니다.


부처님은 사나운 바람을
순하게 잠재우셨습니다.
땅에 뿌리박은 초목을
모두 칠보로 바꿨습니다.

 

▲부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
이름난 바라문 도사들이 부처님 제자가 되겠다며 죽림정사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앙가마가다 나라의 이름난 바라문 도사 우바제사(優婆提舍)와 구율다(拘律陀)도 부처님을 찾아가 제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마왕 파순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러다간 악마의 나라가 망할까 걱정이다. 500명씩 제자를 거느린 우바제사와 구율다가 고오타마에게 가버리면 고오타마의 교단은 커지고 악마의 나라가 찌부러질 게 분명해.”


급해진 파순은 스님의 모습으로 몸을 바꾸었습니다. 죽림정사로 모여드는 불제자를 만나 여러 가지 거짓말로 말려보았습니다. 그러나 악마의 꾐에 넘어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더욱 급해진 악마의 왕 파순은 죽림정사로 이어진 길에 수백 길 되는 구덩이를 만들었습니다.


“고오타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구덩이를 지나가 보라지. 모조리 떨어져 성한 팔 다리를 지니지 못할 걸.”


파순이 구덩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깊은 구덩이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 이거 웬일일까?”
알고 보니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구덩이를 판판한 길로 다시 만드신 거였습니다.
“고오타마가 요술을 부렸군.”


아주, 아주 급해진 파순은 죽림정사로 가는 길 복판에 사람이 넘지 못할 산을 만들었습니다. 바람벽처럼 가파른 몇 십리 높이의 산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림없을 걸.”
그런데, 그런데도 사람들이 산을 넘어 죽림정사로 가고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산높이를 줄여, 한 치 높이로 만들어 버린 거였습니다.
“고오타마의 요술은 당할 수가 없군.”


이번에는 죽림정사로 가는 길에다 수십 마리의 사자를 풀어놓았습니다. 사자는 우렁찬 소리로 으르렁대었습니다.
“지나는 사람을 모조리 물어박질러라!”
그런데 이들 사자가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사자는 순하고 작은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된 사자들은 꼬리를 흔들며 죽림정사로 가는 사람들을 반겼습니다.


그때 바라문 도사 우바제사와 구율다가 각각 500명 제자를 거느리고 죽림정사로 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된 사자들이 부처님 만나러 가는 우바제사와 구률다를 보고 꼬리를 살래살래, 아양을 떨었습니다.
“이거, 이거 큰일 났다. 고오타마의 요술은 정말로 당할 수가 없군.”
그러나 그런 일로 악행을 그만 둘 파순은 아니었습니다.
마왕 파순은 거룩한 범천으로 모습을 바꾸고 부처님 계시는 죽림정사로 들어갔습니다. 모인 여러 사람이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으면서 여쭙고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들 출가를 허락하옵소서.”


부처님이 말씀하십니다.
“잘 왔다. 선남선녀여!”
그러자 선남선녀의 머리가 절로 깎이고 법복이 입혀지는 것이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마왕 파순은 두려운 생각을 하며 악마의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예쁜 모습을 한, 500명 채녀(궁녀)들이 파순을 둘러싸고 음악을 연주하였습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채녀도 있었습니다. 파순이 벌컥 화를 내었습니다.
“그쳐라 그쳐. 그치지 못할까?”
일곱 번 고함을 지르고서야 음악과 춤이 멎었습니다. 둘러싼 채녀들이 물었습니다.
“파순 우리 대왕님. 무슨 일로 그처럼 고민을 하시고, 화를 내십니까?”
“큰일이다. 고오타마를 물리치지 않으면 우리 세계는 비어버릴 거다!”


그러나 채녀들은 부처님께 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500명이 모두 향과 꽃과 악기를 들고 부처님 곁으로 가서 부처님께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파순이 채녀들의 손발을 묶고 싶었으나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화가 치민 파순은 부처님을 향해 사나운 바람과 큰 비를 휘몰았습니다. 손으로 수미산을 때려 험악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이어서 악마의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수만 명 마군이 부처님을 향해 칼과 창을 던지고, 화살을 소낙비처럼 쏘아대었습니다. 부처님은 이들 무기를 모두 연꽃으로 바꾸어 왕사성에 떨어뜨리고, 미묘한 향기를 뿌리셨습니다. 사나운 바람을 깨뜨려 순하게 잠재우셨습니다. 땅에 뿌리박은 초목을 모두 칠보로 바꾸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자신의 모습을 제일 높은 하늘인 초선천에 이르도록 높이고 삼천대천세계에 광명을 놓으셨습니다. 온 우주의 사람과 용과 야차·아수라·긴나라 등이 부처님을 우러러 “나무 불!”을 염하였습니다.


그래도 마왕 파순은 억지를 부렸습니다. 파순은 몇 만 명 악마의 소왕들을 모았습니다.


“어찌하면 저 고오타마를 물리칠 수 있을까? 방법을 제시하라!”
“안 됩니다. 어떤 힘과 방법으로라도 부처의 불가사의한 위신력을 이기지 못합니다. 대왕의 신통력은 부처의 16분의1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부처에게 귀의하여 용서를 비시지요.”
“무슨 말인가 이 악마의 나라는 어쩌라는 건가?”


파순은 몇 만 명 소왕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악마의 소왕 중에는 파순의 악행을 따르는 자도 있었습니다. 고오타마의 걸식을 방해하자는 의견, 허공에서 큰돌을 비처럼 내리게 하자는 의견, 거짓으로 제자가 되어 고오타마를 가까이 하여 죽이자는 의견 등을 내놓았으나 어림없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 제자들부터 항복을 받겠다며 나선 악마의 소왕들은 부처님 제자의 설법에 감동을 하고 부처님 제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파순은 손과 발을 모두 잃은 꼴이 되었습니다. 마왕은 큰 소리로 엉 엉, 울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악마의 왕이 소리 내어 울다니.”
마왕의 모습은 가엾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부처님께 귀의하는 수밖에 없구나.”


파순은 부처님 계시는 곳을 향해 합장을 하고 부처님을 찬양하는 게송을 노래하였습니다. 그러자 자신을 누르던 얽매임이 풀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신현득

“나무불! 나무 불타!”


악마의 왕 파순은 진작 이렇게 할 것을 그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대방등대집경19권 마고품, 마조복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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