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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 퀴즈 풀어가며 가족·도반들과 선연을 쌓다

부산연합회, 도전 범종을 울려라 현장

성도재일 1주일 전 열린 대회에
2000여 불자 벡스코홀 가득 메워


부산 각 사찰서 65개팀 200여명
문제 30여개 풀며 시종일관 활기
영주암 신도팀이 최종 우승 영예

 

 

▲조계종부산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성도재일 기념 제2회 도전 범종울려라 행사가 1월13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흰색 보드에 다양하고 개성 있는 글씨로 각 사찰 명칭과 정답을 써가며 행사 내내 즐거워했다.

 

 

“불교를 믿기로 처음 결심을 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처음 이 마음을 내는 일도 어렵지만,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정진해 나가는 일은 더욱 더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참다운 모습인 원력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 이 말은 무엇입니까?”


1월13일, 부산 벡스코 3층 컨벤션홀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불자들이 순간 침묵에 잠겼다. 떠오를 듯 말 듯 한 그 단어…. 최종 우승을 후보로 올라 온 두 팀은 0을 향하는 초침을 뒤로한 채 화이트보드에 더디게 답을 써내려갔다.


잠시 후 정답을 공개하는 순간, “초발심, 발보리심”이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 팀은 답을 썼다 지웠고 또 한 팀은 아예 다른 답을 썼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박수도 터져 나왔다. 자주 접하던 불교 용어인데도 놓친 것이 아깝다는 격려와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덕담도 곳곳에서 들렸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어떻게 흘러간 것일까. 어느 순간 2000여명의 사부대중은 일심동체가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풀며 성도(成道)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2500여년 전, 서쪽 하늘의 새벽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사성제와 팔정도의 진리를 완전히 깨달으신 부처님. 성도일은 오늘날 이 땅에 불교가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불자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한 기념일이 아니었다. 동지와 설날은 달력에 표시해도 성도일은 선방스님들의 용맹정진 회향일 정도로만 무심히 넘겨왔던 것이 현실이다. 깨달음 자체가 저 밤하늘의 별 만큼 멀고도 아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부산의 불자들에게 성도일은 이제 더 이상 멀고 낯선 날이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해마다 손꼽아 기다려지는 바로 그 날로 마음 속 깊이 새긴 불자들도 상당할지 모른다. 이처럼 성도일이 불자들 가까이로 성큼 다가온 것은 부산의 조계종 사부대중이 함께 한 야단법석, ‘도전! 범종을 울려라’ 행사 덕분이었다.


성도재일을 일주일 앞둔 일요일, 대한불교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수진 스님)가 주최한 제2회 ‘도전, 범종을 울려라’ 행사가 벡스코 3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2000여 사부대중이 함께 한 이 행사는 1부 기념 대법회에 이어 2부 순서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어른과 어린이로 구성된 3명이 한 팀을 이룬 가운데 각 사찰의 대표로 출전한 팀은 총 65개 200여명. 흰색 커다란 보드에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글씨체로 각 사찰의 명칭이 쓰여져 있었다.


지난해 첫 행사 당시 발생한 퀴즈 초반 무더기 탈락 사태를 예방하고자 이번 대회에서는 두 달 전부터 예상기출문제를 공개했다. 그 덕분에 신청을 한 사찰 대표 불자들마다 교리 공부 삼매 속에서 참가를 준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들은 대부분 조계종부산연합회 출제위원장 지현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고안해 낸 문제들이었다.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는 등 행사장은 내내 열기가 가득했다.

 


이렇다보니 참가자들의 퀴즈를 대하는 열정은 진지했다. 가족, 도반,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각자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답을 찾아 나갔다. 각 사찰의 응원전도 다양했다. 응원 구호가 적힌 패널은 기본이었다. 풍선, 노래, 춤까지 동원된 사찰별 응원 열기는 행사장을 활기찬 분위기로 이어가는 데 한 몫을 톡톡히 담당했다. 하지만 불과 몇 문장으로 구성된 문제들이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 의논과 고민 속에 호흡을 맞추며 30여개 문제의 답이 공개될 때마다 참가자와 객석에서는 때론 안타까운 탄성이, 때론 큰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태국의 슐락 시바락사, 스리랑카의 아리야라뜨네, 베트남의 틱낫한과 같은 동남아시아 불교 지도자들이 비폭력, 자유, 평등, 인권, 생명존중과 같은 불교적 가치를 현실세계에 구체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인류의 고통을 제거하고 맑고 따뜻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제창한 것으로, 현대 불교의 주요한 흐름 중에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불교운동은? - 참여불교운동”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정착되면서 나타난 사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오랜 과거부터 부처님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으며, 호법신들이 보호해주며 불보살이 영원히 머물 것이라는 사상은? - 불국토 사상”


문제에 문제를 거듭한 끝에 수도사와 영주암이 범종을 울릴 최종 후보로 남게 됐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문제가 나올 때마다 같이 오답을 쓰거나 함께 맞추기를 반복하는 끝에 영주암이 마지막 문제를 통과하면서 범종을 울리는 주인공이 됐다. 물론 2등도 서럽지 않았다. 함께 웃으며 서로를 축하하는 분위기는 시상식까지 내내 이어졌다.


아들 이진수 군과 함께 범종을 울리게 된 영주암 백나정 보살은 “아들과 함께 밤새 교리문제를 풀면서 서로 더 이해하고 가까워 진 것 같아 기쁘다”며 “이렇게 우승한 것은 모든 분들의 격려와 도반 불자들의 열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팀원으로 출전한 김용호 거사는 “이렇게 진땀을 흘리며 집중해보기는 처음”이라며 “답이 떠오르지 않아 아쉬운 순간이 많았다. 다음에 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진수 군은 “너무 힘들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부처님께 감사하다. 부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재치 있는 인사를 전했다.

 

 

▲최종 우승은 영주암에게 돌아갔다.

 


범어사의 특별 후원으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이 증명 법사로 참여한 가운데 범어사 주지 수불,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수진 스님을 비롯한 부산지역 조계종 사찰의 스님들이 대거 동참했다. 양산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도 자리해 부산 불자들의 열정을 격려했다.


시상식이 끝나고 회향을 알리는 시간이 되자 불자들은 너도나도 1년 뒤 만남을 기약했다. 마음속에서 쟁쟁히 공명하는 범종의 여운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으로 1년 내내 지속되길 염원해본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성도일 전 국민 축제로”
부산연합회 회장 수진 스님


▲수진 스님

“부처님의 사상과 철학으로 부산시민과 소통하는 이 축제의 법석이 나아가 전 국민의 기념일로 승화되길 바랍니다.”


제2회 성도재일 기념대법회와 도전, 범종을 울려라 행사를 성료한 대한불교조계종 부산연합회 회장 수진 스님의 일성이다. 3시간에 가까운 행사 동안 내내 자리를 지키며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스님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마지막 불자가 자리를 뜰 때 까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년에 단 하루의 행사지만 1년의 정성이 오롯하게 담겨 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스님은 “많은 사부대중의 관심과 참여로 성도재일 행사가 단 2회 만에 여법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며 “더 숭고하고 의미 있는 법석으로 발전시켜서 전 국민과 함께하는 기념일이 될 수 있도록 내년 행사를 더 알차게 준비 하겠다”고 취지를 전했다.


특히 스님은 이 법회에서 부산시에 이웃돕기 성금으로 1천만 원을 전달하며 나눔도 실천했다. 스님은 “2500년 전 12월8일 반짝이는 빛을 보고 깨달음을 성취하신 부처님이 모든 존재는 본래 부처라고 밝히신 것처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부대중, 어렵게 생활하는 우리 이웃에게도 희망을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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