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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어느 훈련병의 편지

기자명 법보신문

초코파이는 아들 향한 깊은 모정
순례 회원들 정성으로 감동 전해
군포교는 불교 미래 세우는 불사


“아버지, 어머니 보내주신 초코파이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저는 군대에 입대한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난겨울 어머니께서 군대 잘 다녀오라고 하시며 기도드리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납니다. 그 향냄새와 절을 하러 먼 길을 가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훈련이 힘들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가 너무나 그립고 생각이 났습니다. 불교가 저에게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짙게 나는 향냄새는 마치 어머니가 지켜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왜 그렇게 매일 절에 데리고 가려고 하셨는지, 이제야 느낍니다. 군대라는 곳이 정말 힘들지만 법당이 있어서 힘이 됩니다. 어머니께서 항상 외우라고 하신 호신진언, 관세음보살, 반야심경도 다 외웠습니다. 오늘 산사순례 참석한 부모님들이 보내주시는 초코파이를 받았는데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이 작은 선물이 단순한 초코파이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겨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이 편지는 올해 첫 순례지인 고령산 보광사 순례를 마친 뒤, 우리 회원들이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 군법당인 전진회관에 갔을 때 훈련병 성대한 군이 그리운 어머니에게 쓴 글이다.


그날 참석한 나와 회원들은 까까머리에 겨울햇빛에 탄 구릿빛의 건강한 얼굴을 가진 이 훈련병이 읽고 있는 편지를 듣고 있는 동안 모두 눈시울을 뜨겁게 붉혔다. 특히 두 아들을 군에 보낸 한 회원은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 땅에 아들을 가진 모든 부모들의 심정은 모두 이와 같을 것이다.


 “고맙다. 작은 정성이지만 우리가 보내 준 초코파이를 먹고 힘든 훈련을 견디고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단다. 초코파이는 군에 간 아들들을 생각하며 보내는 어머니의 작은 마음이다. 건강해라. 그리고 사랑한다.” 어머니들은 이렇게 마음속으로 화답했다.


회원들이 산사순례에 오면, 제일 먼저 건네는 것이 배낭 속에 든 초코파이 한 박스이다. 잊고 올 때는 따로 보시금을 내기도 한다. 비록 초코파이 한 박스가 3천원에 불과한 것이지만 수천 명이 건네는 초코파이는 그 순간 하나의 탑을 만든다. 그것은 어머니들이 지극정성으로 만든 탑이다.


나는 수백 개의 초코파이로 수북하게 쌓인 탑을 보면서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은 초코파이를 두고 ‘행복융단폭격’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머니들의 사랑으로 쌓은 이 초코파이 탑은 우리가 108산사순례의 대장정을 마칠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군에 있는 병사들은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회에서는 보잘 것 없는 간식에 불과하겠지만, 어머니들이 보내는 이 초코파이 하나에 한국불교포교의 미래가 담겨져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금 군에서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이 치열한 포교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교가 가장 작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초코파이 보시는 그 어떤 음식보다도 부모님의 정성이 듬뿍 담겨져 있기 때문에 더없이 포교활동에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포교의 시작은 이런 작고 정성어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스님은 물론, 우리 회원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산사순례에서 보내는 초코파이 선행에 대해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러나 산사순례에서 실천하고 있는 작은 선행이 모든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그들도 함께 초코파이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게 된다면 이보다 더 큰 포교는 없을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지난해 5월 2일 대한불교조계종은 논산훈련소에서 낙성식과 부처님 점안식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동안 스님들과 많은 불자들의 후원의 결과이다. 진실로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던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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