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리산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관람료를 내야만 통행할 수 있게 한 것은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천은사의 문화재관람료 징수 부스는 분명 도로상에 있다. 따라서 천은사 참배와는 무관한 관광객과 관람료 징수 관리인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수년 간 있어왔다. 관광객의 불편함이 상존하고 있는 건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천은사가 당장 부스를 옮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사실 천은사도 관광객도 아닌 정부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861번 지방도로는 전두환 정권 당시 무단으로 점유해 만든 도로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즉, 천은사 소유의 땅이지만 정부가 무단으로 점유해 도로를 만든 것이다. 정부는 불교재산을 강제 점유하고도 지금까지 토지 소유주인 천은사나 종단에 그 어떤 사과,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천은사와 관광객의 싸움만 지켜볼 뿐이다.
천은사를 비롯한 교계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법원의 판결까지 난 시점에서 천은사가 관광객과 대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계는 지금부터 정부와의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풀 수 있는 해법은 그리 많지 않다. 교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토지 반환 및 원상복구를 가장 먼저 유념해야 하겠지만 녹록한 일이 아니다. 토지를 반환하고 원상복구 한다면 또 다른 새로운 길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법은 하나다. 정부가 천은사에 토지 사용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면 정부가 문제의 토지를 수용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정부는 하루빨리 택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천은사도 관람료 징수 부스를 옮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