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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경(石經)

기자명 법보신문

“돌에 불경 조각 … 소실방지 위해 탄생”

韓 화엄석경 … 中 방산-석경산 석경 등이 대표적 유물

불교가 후대에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글로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 기록하지 않고 모두 한 곳에 모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함께 외움으로써 불법이 끊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불경’이라는 글로 남긴 경전이 없었다면, 불교는 후세 사람들에게 한때 성행하고 사라져 버린 종교로 인식됐을지도 모른다.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경전은 패엽경(貝葉經)이다. 종이를 발명하기 이전 인도인들은 나뭇잎에 부처님 말씀을 적어, 기록함으로써 불법이 끊이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종이가 발명이 되면서 종이로 경전을 펴내는 것이 보편화됐다. 내용을 손수 베껴 쓴 사경부터, 나무로 목판을 만들거나, 금속활자를 만들어 대량으로 경전을 찍어내는 인쇄술까지,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은 경전을 대량으로 찍어 내 널리 유통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불법을 널리 유포시키거나, 경전을 대량으로 찍어내려는 목적과 전혀 무관한 경전도 있다. 오로지 불법이 오래도록 끊이지 않기를 바라는 단 한가지 목적으로 만든 경전. 석경(石經)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석경은 중국의 방산석경(房山石經)과 석경산의 석경이다. 북경 인근의 운거사의 방산석경은 1만 4278개의 돌에 경전을 새긴 방대한 양으로 요대에 조성된 탑 속에서 출토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 또 훼손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다시 매장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해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운거사에서 1.5km 떨어진 곳의 석경산은 수나라시대부터 명나라 시대까지 1000년 동안 스님들이 석굴에 대장경을 새긴 것으로 유명하다. 산 전체에 대장경을 새겼다는 의미에서 석경산(石經山)이라 이름이 붙여졌으니 그 규모를 짐작 할 만하다.

그러나 석경이 비단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석경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석경이 우리나라에도 현존하고 있는데 바로 구례 화엄사에 소장돼 있는 화엄석경(華嚴石經)이 그것이다. 중국의 석경처럼 보존상태가 양호하지 못하고 각종 전란을 겪으며 깨어져 14000여 편의 조각으로 남아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보물1040호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670년(문무왕 10년) 장육전을 건립하면서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의상대사 훨씬 이후의 한역(漢譯)화엄경도 담고 있어, 886년 정광왕 때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화엄석경은 중국의 석경과 제작동기부터 다르다. 방산석경과 석경산의 석경은 수나라 초기로 북주 무제의 불교 탄압으로 불법이 끊어질 것을 염려하여 새긴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화엄석경은 불교탄압에 대비해 조성된 것이 아니라 화엄신앙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성되었다. 중국의 석경이 탑이나 동굴 속에 숨어 있는데 반해 화엄석경이 화엄사 각황전의 내부 벽을 장엄하고 있었던 점이 이를 잘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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