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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寶庫 절집, 옛 이야기로 읽다

  • 불서
  • 입력 2013.02.13 18:02
  • 댓글 0

‘우리 절집의 옛이야기와 한담’ / 김영숙 지음 / 운주사

▲‘우리 절집의 옛이야기와 한담’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 일대에는 원효 스님과 요석 공주의 흔적이 곳곳에 서려 있다. 요석 공주가 소요산 입구에 별궁을 짓고 원효 스님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설총을 키우면서 살았다는 별궁터와 산 정상에서 수행 중인 그리운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대자유인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는 바위 등 사람들은 두 사람을 기억하려 곳곳에 이야기를 묻어 두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정점에는 자재암이 있다.


이 이야기를 두고 혹자는 후대 사람들이 윤색한 이야기일 뿐 역사적 고증은 어렵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틀리지 않다. 역사적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히 요석공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비오고 천둥치는 날 좁은 토굴에서 수행 중이던 원효 스님을 시험하고자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으로 나툰 관세음보살 이야기에서 ‘마음 수행’의 진면목을 볼 수 있으니, 절집에 얽힌 이야기는 그저 한가로운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그대로가 법문이요 가르침이다. 그러니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말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문화콘텐츠가 마치 보물창고처럼 무궁무진한 곳이 바로 절집이라 할만하다.


‘우리 절집의 옛이야기와 한담’은 그런 절집 20곳을 엮었다. ‘절집 길라잡이’를 펴냈던 저자가 전국 사찰을 여행하면서 각 사찰에 전해오는 옛이야기들을 모으고, 그곳과 관련된 주변 이야기와 여행의 단상을 덧붙여 엮은 문화콘텐츠 보물창고 이야기다.


우리나라 전통사찰들 대부분은 많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고, 또한 그 자체로 오래된 유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화재나 전쟁 등으로 소실돼 후대에 다시 지어졌기 때문에 첫 모습을 지키고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곳엔 절집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이나 오래된 이야기들이 몇 개씩 깃들어 있다. 설화와 전설이다.


설화와 전설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문학작품이기도 하지만, 불교에 전해지는 설화와 전설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스며있다. 인과응보, 윤회, 보시공덕, 불보살의 가피 등 불교의 기본 사상과 전법의지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사찰의 창건이나 중창에 관련된 설화와 전설은 그곳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담보하고 있다.

 

 

▲원효 스님의 수행이야기는 물론, 요석공주와의 사랑이야기까지 들려주는 소요산 자재암.

 


‘벽이심조(僻而深阻, 후미진데다가 깊이 막혀 있는 곳)’라 하여 고려시대에는 왜구를 피해 충주 개천사에 보관 중이던 사적 ‘고려사’를 옮겨다 보관했을 정도로 깊은 골에 자리잡은 칠장사가 대표적이다. 절 이름이 지어진 배경을 전하는 일곱 백정의 도둑질과 뉘우침, 그리고 출가 이야기를 시작으로 조선후기 이름을 떨친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나한전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장원급제 했다는 이야기, 신라시대 고구려의 부흥을 내세우며 후고구려를 건국해 스스로 왕이 되었던 궁예 이야기, 조선조 백정 출신의 의적 임꺽정 이야기 등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니 그 이야깃거리가 적지 않다.


저자는 그렇게 금련산 마하사, 금정산 범어사, 천성산 내원사, 비슬산 용연사, 팔공산 파계사, 불령산 수도암, 태조산 도리사, 능가산 내소사, 금오산 향천사, 소요산 자재암, 칠현산 칠장사 등 20곳 사찰에 얽힌 옛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 속에 어떤 불교적 가르침이 스며 있는지 들려준다. 덕분에 저자가 맛깔나게 전하는 이야기에서 불교적 가르침과 당시 시대적 상황, 해당 사찰의 역사, 그리고 그 절집과 함께한 스님 이야기와 민중들은 어떠한 염원을 지니고 있었는지까지 읽을 수 있다. 1만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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