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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불기카’를 아시나요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와 개신교·가톨릭을
함께 아우른 우스갯소리
종교간 화합 강조한 지혜


어느 날 한 정치인이 내가 거처하고 있는 도선사에 인사차 찾아왔다. 접견실에서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다가 나는 무심결에 “거사님은 무슨 종교를 믿고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정치인은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


“스님, 저는 불기카 종교를 믿고 있습니다.”


“네, 불기카 종교라니요”


처음 들어보는 종교라서 내가 뜨악한 표정을 짓자 정치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불교와 기독교(개신교), 카톨릭(가톨릭)을 모두 믿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정치인은 무교(無敎)라는 말을 돌려서 불기카 종교를 믿는다고 우스갯 소리를 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표현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대개 오늘날의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특정종교를 지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종교를 행여 밝히게 되면 타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에게는 누가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일까? 그러고 보니 정치도 힘든 일인 듯 하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 나라이다. 그래서 가족들 사이에서도 시어머니는 불교, 며느리는 기독교를 믿거나 심지어 아내와 남편의 종교가 서로 달라 갈등이 생기는 사례를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볼 때도 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누가 어떤 종교를 믿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종교가 가진 마음의 행복을 찾아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일본의 세계적인 비교종교학자 마쓰타니 후미오는 저서 ‘불교개론’을 통해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분석하면서 서로 간 종교의 장단점은 분명히 있으나 가고자 하는 종교의 본질적인 목적은 같다고 해석해 놓았다. 또한 한국의 오강남 교수는 ‘불교, 이웃 종교로 읽다’에서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평이’하면서도 해박한 지식을 통해 깊이 있는 설명으로 불교를 이웃종교로 객관화시켜 불교의 핵심을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오 교수는 두 종교의 대화를 두고 이는 서로에게 거울을 들어주는 것과 같아 상대방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된다고 피력했다. 이것이 바로 두 종교 간의 이해이다. 두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가 종교로서 더 이상 둘이 아닌 하나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교의 목적은 확실히 뚜렷해진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 종교와 정치는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곳곳에서 종교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그 같은 이유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허락되어 있어 마음껏 종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종교인으로서 책임은 반드시 뒤따른다.


종교인과 정치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은 사회에 어둔 곳과 병든 곳을 비춰주고 따뜻한 희망의 불씨를 심어주는 데 있다. 종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반대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던 때도 있었다. 그럼 정치는 어떤가? 지금 우리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국민과 종교인 그리고 정치인의 화합이다. 따로 국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불기카 종교인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언제든 불교와 개신교, 가톨릭 중 하나를 믿고 종교생활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포교의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종교 간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종교의 선택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불기카 종교의 힘이 아니겠는가?

 

▲선묵 혜자 스님

나는 “불기카 종교를 믿는다”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까닭이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정치인에게 다시 묻고 싶다.


“당신은 아직도 불키카교입니까? 그럼, 이제부터 불교를 한 번 믿어보시면 어떨까요?”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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