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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지팡이보살

기자명 법보신문

무릎에 연골없어 걷기도 벅차
8차 때부터 지팡이 짚고 동참
3년뒤 순례회향 후 수술 예정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겪었던 사연들을 들어보면 참으로 기막히고 놀라운 일들이 많다. 그분들 중에서도 특히 우리 회원들에게 ‘지팡이보살’로 통하는 조숙영(70) 보살님의 사연은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 분은 어릴 적부터 무릎에 연골이 없어 일상생활을 하는데 많은 곤란을 겪었다.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는 교회를 다녔는데, 결혼을 한 이후부터는 불교에 입문하여 1972년 도선사 석불전에서 처음 기도를 시작하였다고 한다. 열심히 기도를 하고 돌아온 그날 밤, 큰스님과 동자승이 꿈속에서 나타났는데, 큰스님이 동자승에게 영롱한 빛깔이 나는 큰 구슬을 건네줬고 동자승은 그 구슬을 자신에게 줬다고 한다. 그런 영험한 경험을 한 뒤부터 지금까지 40여 년을 도선사 석불전에서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소납이 도선사에서 ‘108산사순례’를 입재하고 2006년 9월 첫 순례를 했을 때 보살님은 연골이 없는 무릎 때문에 산사순례를 고민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함에도 보살님은 제8차 순례지인 도갑사부터 순례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순례하지 못했던 7군데의 산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기도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 사찰의 이름을 새긴 7개의 염주알을 보살님께 전해드렸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보살님은 “40여년 전 꿈속에서 나타난 큰스님과 동자 스님 그리고, 영롱한 구슬이 이제와 생각해보니 청담 스님과 선묵혜자 스님과 무지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40여 년 전 소납은 동자승이었고 순례를 가는 곳마다 장엄하게 무지개가 뜨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보살님은 108산사순례를 반드시 회향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보살님은 언제나 108 산사순례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다니시는 것이다.


문제는 일흔 살의 연세와 무릎이 없는 연골로 산사를 찾아 서울에서 방방곡곡에 있는 험난한 산길을 순례를 하시는 것이 어지간한 신심을 가지 않고서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제주도 관음사 순례 때에는 배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여러 회원들과 함께 가면 오히려 자기 때문에 주위에 뉘를 끼칠 것 같아 미리 딸과 함께 제주도 관음사와 약천사를 다녀왔다고 한다.


보살님은 수술을 받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행여 나이가 많은 관계로 해서 잘못되어 그나마 다니고 있는 ‘108산사순례’조차 회향할 수 없을까봐 무사히 회향한 뒤에 수술을 하려고 날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3년 뒤 회향을 하고 나면, 그 때는 더 좋은 치료방법과 약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 때 가서 수술을 받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보살님은 산사순례에 와서는 무릎을 제대로 굽힐 수가 없어 앉아서 108참회문을 읽으며 절을 대신한다. 또한 지난 해 6월부터는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새벽이면 절을 할 수가 없어 앉아서 천수경, 반야심경, 금강경, 천기팔양경과 광명진언, 그리고 108산사순례 법요집 등을 모조리 독송하신다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회원들은 그 보살님을 ‘지팡이 보살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소납은 이러한 사연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렇듯 우리 회원들의 사연들을 듣고 나면 108산사순례를 이끄는 스님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선묵 혜자 스님

지난 7년 동안 우리는 산사에 가서 부처님 전을 찾아 열심히 기도를 올리고 또한 이웃을 위해 많은 선행을 실천해 왔다. 일일이 보살님들의 사연들을 열거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 회원들 중에는 ‘지팡이보살님’과 같이 몸과 마음이 힘든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보살님들의 굳은 신심이 있기에 남은 순례 또한 무사히 회향할 수 있으리라.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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