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중단 헌다 게송

기자명 법보신문

호법신중 혼침 빠졌다는 건
잘못된 의례 이해서 비롯돼
공양물 따라 게송 달라져야


오늘은 중단에 차를 올릴 때 외우는 게송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① 청정명다약(淸淨名茶藥) 능제병혼침(能除病昏沈)
유기옹호중(唯祈擁護衆)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
병과 혼침 없애는 청정한 명다와 묘약이오니, 옹호성중이시여 받으옵소서.
② 제가 이제 청청수로/ 감로다를 삼아/ 삼보 전에 올리오니/ 받으옵소서.’

상단 다게 ②는 구조와 의미가 명료하므로 이해와 인식에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중단 다게 ①에는 받들어 올린다와 같은 행위동사 없이 바라고(祈) 원한다(願)는 기원으로만 이뤄져 있다. 해서 중단 다게 ‘명다’와 ‘약’, ‘병’과 ‘혼침’에 대해 색다른 견해들이 상존한다. 첫째 ‘명다약’에 대해 ‘청정한 명다약으로/ 청정한 차 풀로 다린 차는 약이롭기로’ 등이라고 하며 ‘명다와 약’을 ‘명다는 약’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한가. 둘째 화엄성중은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번뇌를 가진 존재이므로, ‘병과 혼침’은 화엄성중의 상태를 서술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이다.


첫째 ‘명다약’은 ‘명다는 약’이라고 보면 안 된다. 현행 유통본에 표기된 ‘명다(茗茶)’는 18세기 초기 본부터 보이는데, 이는 명다(名茶)의 와전이다. 차 싹 명(茗) 자 표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차방에서도 목격되지만 18세기 이전 본에 차 싹 명자를 표기한 본이 보이지 않는다. 또 ‘풀로 다린 차는 약이 아니’라, ‘영산재’나 ‘청문’(1529)에 보이는 상단 다게 1구 ‘금장묘약급명다(今將妙藥及名茶)’의 ‘묘약과 명다’를 5언으로 맞춘 축약이다.
둘째 병과 혼침의 대상은 화엄성중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화엄성중 가운데는 아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번뇌를 가지고 있는 신중이 존재하므로. 하지만 여기서 언급하는 병과 혼침은 묘약과 명다의 공능을 수식하는 것이지, 화엄성중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이해하는 것은 좀 그렇다. 중생의 병과 혼침을, 묘약과 명다로 치료하고 깨워 준다. 묘약은 밥으로 오관게송의 ‘형고를 면하는 양약’이라는 표현과 괘를 같이한다.


①은 ‘다게’라고 하지만 차와 밥을 함께 올릴 때 쓰이는 ‘다약게’이다. ‘영산대회작법절차’(1636)나 ‘범음집’(1721) 등에서 용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중단에 청수만 올릴 때는 적합하지 않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중단 차올리는 예경에 ‘다약게’를 시설한 ‘석문의범’(1935) 사례가 비판 없이 수용된 결과라고 하겠다. 차만 올리는 다게로는 ‘범음집’(1723)의 ‘금장감로다(今將甘露茶) 봉헌현성전(奉獻賢聖前) 감차건간심(鑑此虔懇心) 원수애납수(願垂哀納受)-③’가 의미와 격에 잘 부합된다.

 

▲이성운 강사
정리해 보자. ‘다게’라고 이름하고 있지만 공양물이 다를 때는 달리 활용돼야 한다. 차만 올릴 때는 ①과 ③과 같은 순수한 다게가 상단과 중단에 쓰여야 하고, 마지 공양 때는 ‘다약게’ 또는 공양게송이 제격이다. 다게와 다약게가 변별돼 수용되었던 흔적은 곳곳에 산견된다. 성현의 격과 때에 따라 조금씩 그 모습을 창조하고 신심을 발현해내는 한국불교의 역동성이 의례의 곳곳에 수놓아져 있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