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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통일 걸림돌은 획일화된 통일염원”

  • 교학
  • 입력 2013.02.28 12:37
  • 수정 2013.03.0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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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교수 ‘정전세미나’서 강조
‘냐냐주의’ 아닌 ‘도도주의’ 지향을
평화 위해선 ‘내적 비무장’ 선행돼야

 

 

▲부산 범어사가 2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개최한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세미나.

 

 

“획일화된 단세포적, 단색적 통일을 염원한다면 이런 통일에의 염원이야말로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서로 모여 화합을 이룬다는 의미의 참된 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모든 말썽과 불화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식은 남북통일은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 아니라 이 겨레를 비롯해 어느 집단이든 그 집단을 죽이는 일이다.”


▲오강남 교수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명예교수는 부산 범어사(주지 수불 스님)가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2월2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덮어놓고 통일을 좋아하는 그것이 바로 통일에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상생적, 상보적 통일이 아니라 획일주의적 통일은 요즘 같은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며 “모두가 주어진 하나의 윤리 강령, 하나의 가치 체계를 가지고 그것만이 세상의 유일한 무엇인 것처럼 떠받들고 살아가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스런 사고나 독립적 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독재사회”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남북 화해와 통일의 시작은 ‘냐냐주의’가 아니라 ‘도도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네편이나 내편이냐” “이것이냐 저것이냐”만을 따지는 양자택일의 ‘냐냐주의’가 아니라 “나도 너도” “이것도 저것도” 함께 살린다는 ‘도도주의’가 남북평화통일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국론을 통일해야 통일이 오겠다는 생각, 남의 생각을 내 생각과 하나가 되도록 통일해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생각 등등은 통일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된 것이고, 참된 의미의 통일을 방해하는 고질적 통일에의 염원”이라며 “그런 식으로 통일돼야 한다는 고집이 있는 한 그야말로 융화와 화합으로서의 통일을 기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화로운 관계가 이뤄지려면 먼저 서로 달라야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다른 것은 조화의 방해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필수 요건’이라는 사실이다”라며 “참된 통일이 이뤄지기 위해선 진정으로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열려진 마음, 상호 존중과 신뢰의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계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벗어난 내적 비무장에 있다’는 달라이라마의 말을 인용한 오 교수는 “이런 생각들이 우리 사이에 더욱 퍼져 나가게 하는 것이 오늘 남북화해와 세계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는 ‘불교의 평화론과 남북관계’란 발제를 통해 평화에 대한 붓다의 기본적 인식과 함께 왜 평화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불교적 논리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붓다는 전쟁의 무익함과 해로움, 끝없음을 가르쳐 보이고, 물리적 폭력의 사용과 정법의 실천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지 비교하며, 나아가 직접 자비의 삶을 솔선수범함으로써 일관되게 자신의 평화이념을 전파했다”며 “불교의 도덕적 이상에는 전쟁이 자리할 공간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박 교수는 특히 “불교인들은 이제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고 발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의 행동과 실천을 통해 평화통일의 실질적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며 “기존의 통일운동 불교시민단체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성격의 단체들이 새롭게 생겨나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 타성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평화운동의 합심주의적 특성과 그 실천적 함의’란 발제를 통해 “불교는 생명을 해치는 전쟁을 반대할 수 있는 윤리적 근거를 내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폭력적 수단(핵무기)에 반대하는 아힘사(비폭력)의 논리도 잘 갖추고 있고 나아가 그것마저도 행위자에게 외적인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하기보다는 내적 마음의 변화를 동원하고 있어서 후유증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경협을 통한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이란 발제에서 “분단 한반도에서 상호간 가해지는 군사적 불신과 위협을 제거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평화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핵실험을 비롯한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는 궁극적 해법”이라며 “불완전한 휴전상태를 종식하고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형성하기 위한 남북 및 남북미중 간의 직접 대화가 지금 바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 교수, 이창희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기획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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