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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장 서광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나·너·세상 하나 될 때 행복은 더 가까워 진다

내 마음 살핌이 시작이지만
상대와 세상도 함께 살펴야
참다운 관계의 치유 가능해


분노·비난의 밑바탕에는
반드시 애정·에너지 존재


‘나’는 찾아야 할 명사 아닌
끊임없는 실천의 대상 돼야

 

 

▲서광 스님

 


인생을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좋은 쪽으로 일어나면 기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인 무게를 짊어지기도 합니다. 예상치 못하게 생긴 좋은 일이 우리 인생의 행복이 되는 것만은 아니듯이 예상하기 못한 나쁜 일이 때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오늘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요즘 ‘힐링’이 유행입니다. 불교에도 힐링 바람이 불면서 공부 방식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불교에 있어 가장 큰 변화라면 첫째는 공부와 수행의 중심이 출가자에서 재가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불교공부, 마음공부라고 하면 내 마음, 내 내면만 열심히 들여다보면 된다고 생각하던 것에서 이제는 나에게만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셋째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미약하긴 하지만 젊은 불교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오늘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은 바로 두 번째 변화,  나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불교공부는 내 마음을 잘들여다보고 살피는 것, 즉 내 내면을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에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게 됐습니다. 13세기 일본 가마쿠라 시대의 유명한 선사였던 도겐 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자기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를 공부하는 것은 자기를 잊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금강경’에서 말씀하신 아상을 잊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나를 잊어버리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만물과 친해지는 것이다”라고 덧붙이십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힐링 열풍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정신치료가 불교를 만나면서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를 알아차림 수행, 혹은 마인드풀니스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나라, 우리나라 불교계에 역수입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불교의 전통이 나에 대한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차림 수행이나 마인드풀니스 같은 것은 서양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옛 선사들이 이미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첫째 내 내면을 살피고, 둘째 나와 너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와 너의 관계에 대해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잊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를 내세우면 대화나 소통이 안 됩니다. 부부 관계나 부모자녀 관계에서도 나를 내세웠을 때는 대화나 소통이 되질 않습니다. 나에 대한 생각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너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는 나와 너뿐 아니라 나와 너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주변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만 깨끗하고 우리 집만 깨끗하면 깨끗한 것입니까. 아니죠. 우리 사회, 이 지구, 이 세상 전체가 깨끗해야 진짜 깨끗한 것이 되죠.


여기까지 생각하게 되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연기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나만, 내 마음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나에 대한 공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아닌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경험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 우리가 진짜로 행복하기 위해선 나와 너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하며 공부할 때 우리의 수행이 진전되고 내 마음이 커지며 깊어지고 인생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남의 시선이나 물질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부처님에 대해 알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나의 상황이나 사건에 대해 내 마음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스스로가 정확이 알아차린다 해도 그것은 오직 내가 그렇게 알 뿐입니다. 상대는 다르게 아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나만 알고 내 마음만 진실한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치유, 특히 관계에서의 치유는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 이혼, 학교폭력 등 여러 사회 문제의 근본원인은 대부분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만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나에 대해서만 집중해서도 안 되고 너에 대해서만 집중해서도 안 됩니다. 나와 너 그리고 나와 너를 둘러싼 관계, 즉 세상이 조화를 이룰 때 문제의 해법을 찾고 더불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분노나 비난하는 감정의 밑바탕에는 애정이 있습니다. 기대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굉장한 에너지이며 굉장한 애정입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듣는 사람이 그것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잠깐 멈추고 서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힘은 마음수행, 호흡에서 나옵니다. 자각하는 것,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공간만들기’라고 합니다. 나와 나 사이에, 나와 너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툼은 나와 너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와 나 사이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내 내면에서 내 몸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무수히 많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이나 생각, 기억에 휘말리는 경우입니다. 감정에 휘말리는 것, 특히 화내거나 당황하거나 좌절하는 것이 부정적인 이유는 그런 감정에 휘말렸을 때 처음엔 본인을 원망하지만 나중엔 원망할 상대를 찾아 내 주변이나 가까이 있는 상대를 원망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원망하는 마음에 휩싸여 또 다른 고통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것을 경계 하셔서 부처님께서는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고 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공부, 마음수행이라는 것은 주어진 상황, 조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찾는 것과 나를 잊는 것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까요. 나를 잊는 것은 모든 이, 만물과 친해지는 것입니다.


나를 잊는다고 했을 때의 나는 번뇌망상의 나입니다. 나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아가 있어서 수행할 마음도 내고, 보시할 마음도 내고, 친절과 자비심도 배풀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자아가 있기 때문에 잘난 척도 하고 남을 무시하기도 하고 남의 것을 빼앗기도 하고 파괴도 합니다. 나를 잊는다고 했을 때의 나는 불건강하게 작용하는 나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며 분노하거나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나. 한때의 잘 나가던 나에 집착해 지금의 온전한 관계를 방해하는 나입니다. 나를 잊으라는 말은 달리 말해 ‘지금, 여기에 있어라’입니다. ‘현재에 머물러라’입니다. 지금의 나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입니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끝없는 고민, 사유, 추구, 알아가는 것에 대한 근본 에너지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인간의 마음에서만 가능합니다. 육도에 있어서도 지옥 중생이나 천상의 중생에게는 그런 특징이 없습니다. 그러데 이때 ‘나는 누구인가’의 포커스가 나라는 명사에 찍히면 안 됩니다.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입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사유, 그 의미와 진실성에 대한 추구입니다. 불교 공부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개념이나 관념이 아닌 동사, 행위입니다. 끊임없이 실천하고 추구하는 행위가 되어야지 개념에 방점이 찍히면 관념으로 흐릅니다. 실천과는 무관하게 사고 작용만을 합니다. 그러니 쉼 없이, 멈춤없이 나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6월23일 광주광역시 증심사에서 열린 명사초청 법회 서광 스님의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서광 스님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92년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초월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보스톤 서운사 주지이며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장,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불교심리학과 불교상담, 자아초월심리치료 관련 외래강사, 워크숍, 집단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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