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현대 한국불교 선지식 경봉 사상·수행과 결사 집중 조명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13.07.17 16:55
  • 댓글 0

‘경봉 선사 연구’ / 정도 스님 지음 / 운주사

▲‘경봉 선사 연구’

‘통도사 군자’이자 ‘영축산 도인’으로 추앙받았던 경봉 스님은 18세에서 85세에 이르는 67년 생애를 소상히 담은 ‘삼소굴 일지’를 남겨 후학들에게 길을 제시할 정도로 섬세했던 당대의 선지식이다.


스님은 어느 날 습관처럼 펼쳐든 ‘화엄경’에서 ‘종일수타보(終日數他寶) 자무반전분(自無半錢分),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 푼어치의 이익이 없다’는 대목을 보는 순간 그 구절이 불화살이 되어 머리에 꽂혔다.

경전이 비록 구절마다 진리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부처님의 보배이지 자신의 보배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그대로 안주할 수 없었다.


결국 ‘경전공부만 공부가 아니요, 참선공부만 공부가 아니니 종무소 사무 보는 것도 다 공부’라는 스승의 말에도 불구하고, ‘일대사를 해결하겠다’는 발심으로 은사조차 모르게 통도사를 떠나 제방의 선지식을 만나며 가행정진을 이어갔다.


경봉 스님은 이후 졸음과 망상을 쫓기 위해 겨울 내내 입에 얼음을 물고 수행했고, 통도사 안양암에서는 자결할 각오로 6개월 동안 누에고치처럼 들어앉아 정진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수행 끝에 36세 때 야반삼경에 촛불이 춤추는 것을 보고 홀연히 대도를 성취,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 없으니, 우담바라 꽃의 빛이 온 누리에 흐르네”라는 오도의 노래를 읊을 수 있었다.


스님은 후학들에게 “깨닫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무심히 구름이듯 바람이듯 어디에도 걸리지 말고 중답게 수행할 것”을 당부하고, 1982년 7월17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만져보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입적했다.


‘경봉 선사 연구’는 경봉 스님의 그러한 생애와 선사상을 조명하는 한편, 한국불교사에서 차지하는 스님의 위상과 한국불교 교단에 끼친 영향 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책은 먼저 경봉 스님이 살았던 불교계의 현실이 어떠했으며 그의 구도자적 삶은 어떠했는지를 살폈다. 여기서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불교계의 동향, 경봉의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눠 고찰하고 저서로 남긴 ‘법해’, ‘삼소굴 일지’, ‘삼소굴 소식’, ‘원광한화집’ 등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이어 ‘경봉 선사의 선사상은 한국 선사상사에 있어서 누구의 선사상을 계승하고 있는가’, ‘경봉 선사 선사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경봉 선사의 수행과 결사의 내용은 무엇인가’,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경봉 선사의 위상은 무엇이며, 그가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를 차례로 조명했다.


저자 정도 스님은 여기서 한국불교의 성격을 회통으로 보았을 때 경봉은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 있어서 보조, 휴정, 경허로 이어지는 회통불교의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교겸수, 선정쌍수 등의 회통적 특징을 발휘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 간화선 전통을 대중화해 생활선적 간화선풍으로 펼쳤으며, 수행전통을 회복하고 교단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음을 밝혔다.


정도 스님이 학위 논문 ‘경봉선사연구’를 다듬고 수정해 간행한 책은 이처럼 선지식 경봉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고, 스님이 한국불교사와 오늘날의 불교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세세히 살피고 있다.


더불어 대중을 위해 지은 선화와 선묵을 관련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해설해 독자들에게 스님의 생활선적 선풍과 예술적 깊이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1만7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