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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지옥을 깨트리는 게송

기자명 법보신문

화엄경 일체유심조 포함
지옥 깨는 게송으로 활용
내 마음이 만든 게 ‘지옥’

 

재를 지낼 때 청혼을 위해 지옥을 깨트리는 장치로 천수주가 제일 먼저 등장하고 이어 지옥을 깨는 게송과 진언이 염송된다. 오늘 살펴볼 지옥을 깨는 파지옥게송은 파지옥진언과 함께 현밀의궤의 형태로 지옥을 깨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若人欲了知(약인욕료지), 三世一切佛(삼세일체불), 應觀法界性(응관법계성),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


위 네 구절은 다 몰라도 ‘일체유심조’ 하면 모르는 이가 적을 것이다. 일체 모든 것은 마음에 의해서 지어진 것이라는 이 언표는 원효대사의 깨달음 이야기와 더불어 한국인에게 널리 회자되고 있다. 때문에 불교를 모르는 이라도 이 구절에서 나왔다고 보이는 ‘다 마음이 지은 거야, 마음이야’라는 한 마디는 누구나 쉽게 한다. 물론 이 말의 표면적인 의미 정도야 모르는 이가 없겠지만 이 게송이 가지고 있는 기능은 결코 적지 않다.


이 게송은 ‘화엄경’ ‘야마천궁게찬품’에 나온다. 세존이 두 발에서 백천만 억의 광명을 놓아 야마천궁의 부처님과 대중을 널리 비추자 공덕림보살 등 열 분의 보살님이 등장하여 부처님의 위력을 입고 받들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한다. 이 중 여덟 번째 각림(覺林)보살도 5언 절구 10수를 설하는데 마지막 게송이 바로 이 게송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마음은 그림 그리는 화가와 같아 세계를 그릴 수 있고, ~ 해서 부처와 마음의 본체의 성품은 다 다함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마음의 행함을 알면 널리 여러 세간을 짓고 부처를 보고 부처의 참된 실체와 본성을 알리니, 마음에 몸에 머물지 않으면 몸도 마음에 머물지 않아 능히 불사를 짓고 미증유의 자유롭게 존재하네. 그리고 게송이 이어진다.


‘삼세일체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시려면 일체는 마음으로 생겨났다는 법계의 자성을 관하라.’


그런데 현행 많은 의식집에서는 이 게송을 ‘(화엄경) 제일게’라고 명명하고 있다. ‘화엄경’ 제일게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 게송이 시식의식에 활용되면서 ‘파지옥진언’과 더불어 ‘파지옥게송’으로 쓰이고 있고, 한국시식의문의 원 형태를 보이고 있는 몽산 덕이의 ‘선교시식의문’에는 파지옥게송과 진언이라고 분명히 표현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에 이르러 제일게라고 칭해 그 의미가 아무래도 반감된다. 왜인가. ‘화엄경’의 제일 도리를 드러낸다고 하는 측면에서 보면 제일게는 정곡을 찌르는 명명이다. 적어도 ‘화엄경’의 교설이 유심(唯心)의 도리라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명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파지옥게’보다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엄경’ ‘야마천궁게찬품’에서 이 게송은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 게송이 지옥을 깨는 게송으로 활용되면서 파지옥게송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지옥게송이라고 구체성을 드러내 불리면 청자나 수용자는 의미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성운 박사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도, 지옥이라는 것도 바로 내 마음이 스스로 만든 것임을 확연히 알게 하여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지옥을 깨는 것이다. 이름은 존재를 규정한다. 나를 가두고 있는 삼악도는 바로 내가 화가처럼 마음 따라 그린 그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곳에서 벗어나게 하면 재의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해서 파지옥게송이라고 불려야 한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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