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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거북 방생 그만 했으면

기자명 법보신문
봄이 되면 우리 불교계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방생법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 3월도 중순을 넘기고 있으니 머지 않아 크고 작은 방생법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방생(放生)은 말 그대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니, 방생법회 그 자체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교의 십계(十戒) 가운데 그 첫째가 불살생(不殺生), “생명을 죽이지 말라”이고 보면 산 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방생이야말로 생명 사랑의 으뜸이라 할 것이다.



‘생명사랑’ 저버린 악행일 뿐

그런데 생명을 살리자는 방생이 자칫하면 생명을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두 번째 부처님 성지 순례차 바라나시의 갠즈스강에 갔을 때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우리는 배를 타고 갠즈스강으로 나아가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성지 순례단이 타고 있는 배 옆으로 인도 잡상인들이 수 없이 배를 몰고 와 이것저것 사라고 졸라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도 잡상인들은 우리에게 접근해 서투른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방생하시오. 십루피 싸다 싸!”

그들은 찌그러진 깡통 안에 잡아 놓은 조그마한 물기들을 우리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그것은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



생태계 파괴에 환경오염까지

한국인 불자들이 얼마나 많이 이 인도 땅 바라사니를 다녀갔으면 한국의 불자들이 물고기 방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저들 인도의 잡상인들이 알게 되었을 것인가? 바라나시의 갠즈스강 위에서 물고기가 방생 상품으로 개발된 것은 순전히 한국의 불자들을 위해서라는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한국 불자들의 물고기 방생은 이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었구나 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한국 불자들의 물고기 방생 문화는 부처님의 땅 인도의 바라나시 갠즈스강 위에 까지 역수출 될 정도로 보편화되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물고기 방생을 아마 어느 누구도 쉽게 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토록 안 할 수도 없고 못하게 할 수도 없을 만큼 보편화 되어버린 물고기 방생이라면 기왕에 하는 물고기 방생을 방생의 원래 뜻에 맞게 제대로나 했으면 한다.

첫 째, 물고기 방생법회는 들놀이 물놀이가 아니니 경건하고 질서 있게 해야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방생의 참뜻을 마음속에 깊이 깊이 샛길 수 있는 여법한 법회가 되어야 한다.

둘째 , 무작정 미꾸라지, 붕어, 잉어, 자라를 물 속에 던져 넣은 것이 아니라 그 물고기가 살 수 있는 환경에 맞게 어종을 선택해서 살려 주어야지 한강처럼 깊은 강물에 무작정 미꾸라지를 던져 넣으면 그 미꾸라지는 곧바로 다른 큰 고기들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환경이 맞지 않아 몇 시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물고기 수입업자만 배불린다

셋째, 방생용으로 팔아먹기 위해서 일부 수입업자들의 외국의 자라와 거북이 새끼들을 무차별 수입해 그들을 무작정 방생한 탓으로 우리의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니 절대로 외국산 자라나 거북이나 외국산 물고기를 방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넷째, 방생법회를 올리면서 음식물을 강물에 던지고 양초 토막을 강변에 버리고 심지어 쓰레기까지 버리는 일은 곧바로 자연훼손이요 환경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제발 이런 짓은 철저히 금해야 한다.

지금 우리 나라 강과 저수지와 호수는 무차별 방생한 외국산 자라와 청거북, 외국산 물고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고 생태계 파괴자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명을 살리자는 거룩한 방생이 지탄의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윤청광 논설위원(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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