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 경제를 들여다 보았다

기자명 남배현
부처님오신날=최대 대목, 매출 수억 우습다

1년 현수막 판매 10억…범종은 15억 웃돌아


부처님오신날은 불교용품점들의 최대 대목이다.
불교용품점들의 매출은 평소때보다 50%가량 폭증한다.
한 상점에서 스님이 봉축 등을 고르고 있다.


불교와 경제가 물과 기름이라는 것은 율장에 비춰보면 지극히 맞는 말이다. ‘무소유’를 지향하는 수행자가 출·세간의 대중들과 부대끼며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재화(財貨)나 이익을 직접 추구해 이용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스님네들은 세간의 요구나 대중을 대신해 할 일이 어지간히도 많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찰의 주지나 삼직, 칠직 등 소임을 맡는 동시에 스님들 앞에는 재화를 이용해야 하는 불사가 쏟아진다. 복지는 물론 포교, 가람 중창, 하다 못해 훼손된 요사채의 일부를 손보려 해도 그 뒤에는 반드시 재화가 뒤따라야 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불교’는 세간의 경제 활동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뿐더러 전쟁이나 참사, 전염병, 경기 불황 등으로 세간의 경제가 휘청대면 자연스레 불교경제도 움츠러든다.

부처님오신날을 일주일 앞 둔 4월 말 현재 불교경제는 그야말로 ‘호황’이다. 부처님오신날 2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봉축 특수’를 단단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 용품 1번지’로 통하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 양편에 들어선 불교용품 도소매점 25곳의 매출은 ‘봉축 대목’이 되면 주식 시장에서 사흘 간 상한가를 치는 것만큼 큰 폭으로 뛴다. “매출이 평소 때보다 40∼50% 이상 폭증한다”는 게 조계사 주변에서 뼈가 굵은 상인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매출액을 밝히는 것을 꺼리지만 조계사 편에 있는 불교용품점들의 매출은 길 건너편 용품점의 그것보다 300∼500% 가량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도로 폭이라고 해봐야 10여m 안팎인데 매출 차이는 3∼5배라니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조계사 맞은 편에서 15년 째 불교 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길 하나 차이로 판매 형태나 판매량, 구매인의 종류 등 모두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털어놓는다. 조계사 건너편 상점들의 매출은 봉축 대목이라고 해봐야 몇 천만원에 불과하나 반대편 상점들의 매출은 수 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얼른 계산해도 이들 상점들의 봉축 특수 규모는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일백억대를 가볍게 뛰어 넘는다. 대다수 상점 규모가 5평에서 커봐야 20여평 사이이니 규모치고는 그 판매량이 ‘불교 경제계의 중량급 이상’이란 걸 알 수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 사찰의 주변에 가장 많이 걸려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봉축 현수막’이다. 이 현수막 시장 또한 장난이 아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략 5000∼6000개 가량의 현수막이 내 걸리며 6m 길이 현수막의 소매가가 한 개당 4만원이니 봉축현수막 시장도 2억원대를 웃돈다.“한 사찰이 한 해 적게는 3회에서 많게는 5회 가량 현수막을 내건다고 계산하면 현수막 시장도 10억대를 넘보는 셈”이라는 것이 불교기획사 운영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양초시장의 키는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초 소비량의 전체 대비 10∼15%선에 불과하다. 각 사찰마다 늘 양초를 보시하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른 납득할 순 없다. ‘에게, 그것 밖에 안되’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성당 안 단상 위에 수 십 개의 대형 초가 한꺼번에 타는 모습은 불자라도 쉽게 보았을 것이다. 초는 한 개만 꽂을 수밖에 없는 사찰의 촛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게 성당 촛대의 왕성한 소비 능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의구심은 금새 풀린다. 강남 봉은사를 비롯한 전국의 30여 개 사찰에 매월 2000여만원에 달하는 양초를 제작해 공급하는 ‘관음양초’의 황지목 거사는 “가내 수공업 형태로 운영되는 양초 업체는 전국에 대략 500여 곳이며 사찰 양초 시장 규모는 도매가로 칠 때 10∼15억원에 달한다”면서 “사찰 양초 소비량은 성당이나 교회에 비해 뒤진다”고 귀띔했다. 물론 이 액수에는 소매 업체의 판매량을 모두 포함시킨 건 아니다.

어지간한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봉축 등을 단다. 이 봉축 등의 규모 역시 불자들이 늘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서울권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인 한 대형 사찰의 봉축 등 수는 조사 결과 2만여 개에 달하며 등 보시금은 무려 7∼8여억원으로 집계됐다. 3만 5000여 세대의 불자가 등록돼 있는 이 사찰의 1년 예산은 60여억원이다. 영남권의 한 교구본사의 1년 예산은 30여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권 사찰 중 3500여명의 신도가 등록돼 있는 중형 사찰의 봉축 등 수요는 1500개에 달해 보시금 합계는 1억여원 안팎으로 추산됐다.

범종시장도 봉축 특수로 인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활황이었다. 범종 제작 업체 수야 다섯 곳에 불과하지만 봉축 기간 동안 매출 규모는 보통 때보다 50% 급등한다. 성종사의 한 관계자는 “한 해 범종 시장의 규모는 15억원대”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대형 사찰에서 주로 조성하는 500관 규모 범종의 조성 비용은 대략 3000만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불자들을 기다리는 봉축용품들.


불사용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의 구매 형태는 극명하게 다르다”고 설명한다. 대개 비구니 스님들은 불사비용을 마련해 놓은 뒤 일을 추진하지만 비구 스님들은 아무리 큰 불사라도 일단 저질러 놓고 본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비구니 스님이 수금도 잘되고 해서 상인 입장에선 좋아 보이지만 대개 비구니 스님들은 그 비용을 많이 깎으려 해 ‘일장일단’이 있단다. 상당수의 단골 스님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불사용품점들은 돈이 없어도 불사를추진하려는 고객들을 위해 여느 가게와 같이 ‘외상 장부’를 꼭 비치해 둔다.

이 밖에도 굵직굵직한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불교 관련 경제 부문으로는‘성지순례’나 출판 등을 들 수 있다. 적어도 두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성지순례 시장은 한 해 수백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불서 출판은 60억원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각각 추측된다. 이들 두 분야는‘봉축 대목’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불교 실물경제는 그 동안 두터운 베일 싸여 있어 도대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따져 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봉축 대목’이 되면 각 부문 아니 제품 하나 하나마다‘억, 억 소리'를 내며 전국의 사찰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그리고 파는 상인이나 사는 불자나 서로에게 보시(?)를 하며 거래가 성사된다. 사는 대중은 상인에게 이익을 남겨 보시를 하는 것이고 상인은 깊은 산중에서 다리품을 파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면서 장엄용품을 사러 온 스님이나 불자에게 조금 더 싸게 팔아 보시를 한다. 불자와 상인 사이에는 늘 ‘쌍방향 보시’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글·사진=남배현 기자



# 취재 후기

험난한 ‘스무고개 퀴즈풀이’


“매출이 한 2억원은 되나요?”

“에이 그건 더되. 쬐금 더 써. 그런데 그런 거 말하면 장사 잘 안되는데 왜 자꾸 물어.”

불교경제를 취재하는 일은 ‘스무고개 퀴즈 풀이’와 같았다. ‘사찰에 열심히 다니는 불자’라고 애써 스스로를 소개하는 불교용품점 상인들은 행여 매출이 크게 보일까 질문을 회피하거나 ‘특유의 입담’으로 ‘정답’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잘되냐’고 물으면 ‘요즘 경기가 나빠, 사찰들 죽겠다고 아우성이야’라는 현답(?)으로 빠져나갔다.

같은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매출액을 부풀려서 얘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줄여서 말하기도 했다. 물론 대다수가 매출 규모를 줄여서 말한다는 점은 이 가게 저 가게에 들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얼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번은 승복시장 규모를 취재하고자 조금 알고 지내던 승복집에 들렀다. 그런데 상점 주인은 도대체 단 한 번도 정확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40여분을 가게에 눌러 앉아 이제나 저제나 한 해 매출 규모에 대한 확답이 나올까 기다렸으나 헛수고였다. 승복집을 나서면서 괜찮은 승복 한 벌 값은 대충 얼마냐고 했더니 그것 역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너무 비싼 거는 잘 안 권해”라는 말을 던질뿐이었다.

스님이나 불자들을 상대로 늘 이익을 내기 위해 장사를 해야하는 불교용품점 상인들은 매출액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이유로 “어라, 그 집 너무 많이 이익을 챙기네”란 소리를 스님이나 불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견 납득이 되는 답변이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