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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리뷰- 포근하고 따뜻하고 정감어린…

기자명 강성률
오랜만에 만난 한국 에니메이션

신파 아닌 감정 절제로 평안한 정감“종교색 넘어 가족애 담아”



국내 극장가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사라진 지는 꽤나 오래 되었다. 1990년대 중반기의 짧은 부흥을 뒤로 한 채 긴 침묵에 들어갔었다. 한국 영화가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린다는 지난 몇 년 동안에도 애니메이션만은 예외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재패니메이션의 위세에 눌린 한국 애니메이션은 그 흔적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오세암’의 등장이 반가운 것은 당연지사이다. 더군다나 무국적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고유한 정서에 입각해서 그린,작품성을 갖춘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기획, 연출, 작업까지 한국인이 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오세암’은 포근하고 정감 어린 애니메이션이다. 널리 알려진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단정하게 포장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감정을 절제했다는 것이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라는, 숱하게 보아온, 그래서 자칫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절묘하게 풍경과 조화시키면서 감정의 절제를 이
끌어낸다. 전반적인 롱샷은 시원한 풍경을 대변하면서 인물의 심상으로 다가서고, 가끔씩 등장하는 클로즈 업은 관객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냉정하게 커트해 버린다. 그래서 단지 인물의 감정만 자극하는(즉 관객들의 억지 울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그림 안에 뛰노는 풍경 속의 인물로 관객을 인도한다. 관객들이 평안한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파조로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을 쓰면서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것은 세밀하고 정감 어린 그림이다. 여러 번의 헌팅을 통해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정확하게 화면에 그대로 옮겨놓은 장면들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수채화를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군다나 사진을 애니메이션과 접합한 실험은 그 어떤 3D 애니메이션 못지 않다. 디지털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수작업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오세암’은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복선의 단조로움이나 결말부의 판타지의 과잉 같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단점을 능히 극복하고도 남을 장점이 있다. ‘오세암’은 세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소중한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마음 속의 풍경화다.




강성률(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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