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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삼의 발화

기자명 법보신문

법 요지 압축해 드러내는 의식
제법 실상 깨닫게 하려는 목적
종파 특성 넘는 한국불교 특색

 

‘회삼의 발화’라니, ‘회삼귀일’은 들어 봤어도 이게 무슨 말이야 하고 의문이 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회삼은 셋을 모았다는 뜻이고 발화는 꽃을 피워냈다는 뜻으로, 이는 법의 요지를 드러내는 한국불교 시식의식의 ‘법보시 형식’의 특성을 압축해 표현하는 가운데 필자가 부득불 생성한 조어이다.


모든 법회는, 제행(諸行)의 요지를 드러내는 법보시가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의식이,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께 수명장수와 복덕을 축원하는 생축불공이든, 아니면 일체의 영가나 선조상의 왕생을 기원하는 망축이든 마지막 순간에는 법의 요체를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제법의 실상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법의 요지’에서 일부 언급하였지만 일체 아귀들에게 음식을 베푸는 시식의식의 법보시는 12인연법의 설명이었다. 순관과 역관으로 설해지는 12인연법은, 조금은 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시식의식의 법보시는 7언 4구의 게송으로 압축돼서 표현되게 된다. 현재 ‘관음시식’에서 행해지는 법보시를 조금 자세히 보자. 무외시와 재시의 공양이 끝나면, 법보시가 행해진다. 제일 먼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일체의 있는 모습은 모두 허망하다. 만약 제상이 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으면 곧 여래를 볼 수 있다” 하는 ‘금강반야경’의 게송이 설해진다. 이 게송의 핵심은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여래의 구족제상(32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여래십호가 설해지는데 앞 호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사실은 이 여래십호가 ‘금강경’ 게송을 설하기 이전에 염송돼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거불로 부처님의 열 가지 명호를 염송하여 모시는 역할을 수행한다. ‘작법귀감’(1826) 등 이전의 의문에는 여래십호 다음에 ‘금강경’ 게송이 등장하고 곧바로 ‘법화경’ 게송이 설해진다.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 모든 법은 본래부터 언제나 적멸한 모습인데, 불자가 이 법을 행해 마치면 내세에는 부처를 이루리라.” 제법 제행은 본래 부처의 모습이라고 하며, 이 본래 길을 수행하면 반드시 부처를 이루게 된다는 수기를 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반경’ 게송이 설해진다.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일체 행해진 것은 모두 항상 함이 없으니 이것이 나고 멸하는 법일지니, 나고 멸하는 그것을 끝내 버리면 적멸이 되어 열반의 낙을 이루리.” 하는 게송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게송들은 관행게찬으로 불린다. 제행, 제법의 실상을 설파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에 무지하면 생사윤회를 계속하고, 이를 깨달아 알면 윤회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이 법보시가 세 경전의 게송으로 행해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초기 ‘시식의식’에서는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과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의 두 게송으로 행해졌고, ‘수륙재회’에서는 12인연법과 ‘법화경’ 게송이 주로 활용되었다. 이를 놓고 보면, 일반 시식의식은 아무래도 선종적인 경향이 강하고, 수륙재회는 천태법화계통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인다. 여러 종파의 통합과 같은 역사적 맥락에서인지, 한국불교의 융통성에서인지 근대로 오면서, 세 경전의 게송이 나란히 법보시로 활용되고 있다.

 

▲이성운 박사
종파적 특성을 넘어 하나로 귀일하여 꽃피워내고 있는[會三發華] 시식의식의 법보시는, 한국불교의 한 특징을 드러내는 데 부족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성운 동국대 외래교수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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