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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일념으로 모든 망념 제압하라"

기자명 이학종

기초선원 선원장 지환 스님

"선(禪)이란 무엇입니까?"

생사문제를 해결하고자 뜨거운 신심으로 갓 출가를 한 예비 본분종사를 지도하는 막중한 소임의 조계종 기초선원 선원장 지환(至歡) 스님을 팔공산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만나 던진 첫 질문이다. 짧지만 결코 쉽지 않으며, 많은 불자들이 늘 궁금해하는 것이기에 첫 질문으로 선의 정의부터 물은 것이다.

"선이요? 참 마음자리를 찾는 겁니다. 다시 말해 진리를 찾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니까, 진리대로 살려는 노력, 즉 선 수행까지도 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거침없는 답변이다.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화두선은 수행자들의 수준이 떨어지자 그 책으로 송나라 대혜 스님 당시에 정립시킨 선 수행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화두도 망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수행법을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라고 꼽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허-.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지요. 먼저 화두선의 원리를 살펴봅시다. 화두가 대혜 스님 때 와서 정립되었다고 하지만 그 원리는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예컨대 남악회양선사가 육조스님을 찾아갔을 때 육조스님이 묻기를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서 남악회양선사가 꽉 막혔거든요. 사량분별로는 답을 할 수 없었던 거지요. 육조스님의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란 일구가 곧 화두인 것입니다. 대혜 스님 때 정형화되었다고 하더라도 화두선의 원리는 그 이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마음자리, 즉 자성(自性)은 청정하고 원만한 자리인데 다만 분별망상으로 인하여 여래의 모든 것을 갖추고 청정원만한 존재임을 모르고 있으니, 그 망상을 버리고 원래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선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목표를 가로막는 망념을 없애기 위해 화두라는 또 하나의 망념을 활용하는 것이 화두선이며, 화두라는 특별한 망념을 통해서 모든 망념을 제압하고 마침내 그 망념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큰불을 밝혀 온갖 해충들의 접근을 막는 것처럼.



제2, 제3의 선지식 길러내는 곳이 기초선원

반드시 금생에 확철대오 재발심 내고 용맹정진 중



지환 스님. 어느덧 60줄을 바라보는 구참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은 갓 출가한 초발심자보다도 뜨겁다. 이제야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느낌이란다. 몇 해전 스님은, 그 동안 시간 낭비만 하며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으로 재발심을 냈다. 죽을 때까지 반드시 오매불여(寤寐不如)의 경계를 이뤄내 시은(施恩)을 축낸 업보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살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엔 부쩍 출가시절(1967년 경) 해인사 성철 스님으로부터 들은 벼락같은 꾸중이 뇌리에 선명하다. 다름 아닌 은사 광덕 스님을 따라 포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안 성철 스님이 대뜸 "지환이 너 이 놈아. 네가 설사 대한민국 사람들을 다 포교한다고 해도 넌 참선해라. 이 놈."이라고 호통을 친 사건이다. 당시 형안으로 자신을 꿰뚫어 본 선지식의 채찍을 이제 와서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지환 스님. 그는 이따금씩 나태해지거나 확신이 흔들릴 땐 대불련 구도회 회원으로 공부할 때부터(1966년) 인연을 맺었던 성철 스님의 이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선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으니, 선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지환 스님은 "요새 사람들이 참선을 방법론적으로 받아들여서 그 테크닉만 배우려는 태도를 버리는 것이 선을 바르게 하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참선이란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수행법인 데도, 마치 탐진치를 그대로 두고 화두 하나만 들면 다되는 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님의 지론에 따르면, 마음을 함부로 쓰고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선을 하는 것은 수행원리에 맞지 않으므로 소득이 없다.

"참선은 정(定)과 혜(慧)가 일치되고, 원만한 마음가짐과 행동(戒)을 하는 수행법입니다. 특히 계행은 진리 그대로 살아가는 것인데, 그것은 등한히 하면서 선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말로는 동쪽으로 간다고 하면서 몸은 서쪽으로 가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공부를 하면서 부딪치게 되는 난관을 헤치고 나가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간결하기 짝이 없다. 난관이라고 하는 것은 본디 깨달음을 향한 간절한 구도의 일념이 식으면 밀려오는 것이므로 간절한 일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선사들이 선을 함에 있어 문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강조하지만 지환 스님의 입장은 다르다.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거나 수행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없으면 선을 공부하는데 애로가 많으니, 선어록을 공부하거나 주요한 경전을 체득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참선을 어렵게 생각해 요즘 아봐타 등 제3수행법을 찾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대해서도 스님의 입장은 명쾌하다. 물론 간화선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참선수행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관이 확립되고 참선수행에 대한 핵심 이론을 정립하여 확고한 신심을 갖추고 선지식의 지도를 받아가며 꾸준히 그리고 간절하게 수행하면 재가불자도 얼마든지 득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선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하게 정립되지 않다 보니 우선 하기 쉽고 건강, 능률 향상 등 작은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제3수행법에 빠져들 수 있지만, 그런 제3수행법은 당장은 효과가 빠른 것 같아도 조금만 더 나아가면 진전이 없고 결국 깨달음에 이르는 바른 인연을 심을 수가 없다"고 지환 스님은 단언한다.

기초선원(053-985-2705)은 '이 시대의 본분납자을 양성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본교육기관'이라고 소개한 지환 스님은 "제2, 제3의 만공, 효봉, 성철과 같은 당대의 선지식을 배출하기 위해서 종단과 불자들의 기초선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뜨거운 신심으로 선문에 뛰어든 선납자들의 초발심이 식지 않고 옆길로 잘못가지 않도록 잘 지도하는 이른바 '수좌 사관학교' 격인 기초선원이 자리매김하는 것은 한국선불교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원효와 같은 스님이 되고 싶어 출가를 단행했던 지환 스님. 그러나 40년 가까이 수행자로 살아오면서 별로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요즈음 부쩍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 출가시절 세웠던 '영원한 깨달음과 대 행원을 위하여 일체를 버리겠나이다'는 원력을 새롭게 다지고 있는 스님의 눈길이 비 맞은 팔공산 자락만큼이나 깊고 푸르다.



대구=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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