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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섹션 - '자비'를 다시 봅시다 - ⑥

“독거노인 애잔한 삶 작은 기쁨됐으면”


<사진설명>‘자비신행회’ 회원들에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사진은 도시락에 밥을 담고 있는 회원들 모습.



5년째 도시락 봉사 광주자비신행회

매일 아침 115개 무료 도시락 배달



광주시 동구 내남동 자비신행회 사무실. 이곳의 아침은 회원들의 분주한 손놀림으로 시작된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전날 재워 둔 고기에 양념을 버무리고, 방금 따온 풋풋한 야채며, 나물들을 다듬는 회원들의 손놀림이 범상치 않다. 산더미처럼 쌓아
둔 부식들이 회원들의 손길이 닿자 마다 맛깔스런 반찬으로 탈바꿈한다.
요술방망이를 사용한 것처럼 2∼3시간 만에 눈앞에 수북히 쌓인 115개의 도시락. 맛과 멋을 한껏 부린 이 음식들의 주인공은 지역 내 외롭게 홀로 사는 독거
노인들이다. 벌써 5년 째 무료로 배달되고 있다.
광주 지역을 대표하는 봉사 단체인 ‘자비신행회(회주 현장 스님)’는 지난 99년 창립됐다. 전남 보성 대원사 독서모임과 명상모임 신도 50여 명이 주축이 돼 ‘좋
은 일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모임 결성의 계기가 됐다.
‘자비신행회’는 봉사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도시락 배달을 거른 적이 없다. 철저한 배달 시간 엄수로 정평이 나 있다. 하루 식사를 온전히 도시락 하나에만
의존해야 하는 독거노인들의 빠듯한 살림을 너무나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50여 회원 현재 400여명으로 늘어
그러나 도시락 배달 봉사가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맛있는 도시락 만들면 그뿐이지’하며 봉사를 시작했지만 회원들의 발목을 잡는 것들은 서툰 봉사
실력이나 도시락의 맛이 아니었다.
“내가 거지야. 니들이 뭔데 날 돕는다는 겨”라며 문전 박대하는 할아버지. 한참을 말을 건네도 대꾸조차 없는 할머니들….
장애와 만성 질환, 삶 속에서 시달린 독거노인들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고 회원들의 순수한 마음이 비집고 들 틈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처음엔 노인들을 위해 만든 수십 개의 도시락들이 절반도 배달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만든 도시락을 애써 외면하는 노인들을 보며 괜한 고생을 자처하는 것은 아닌가’, ‘독거노인들이 아니더라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얼마든지 있을텐데’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더욱더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만들어 나갔다. 도움을 준다는 티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고 친부모 친자식과 같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
력했다.
이화영 회장은 “처음에는 도시락을 받아주지 않는 노인들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노인들의 입장에서서 생각을 해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며 당
시의 어려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노인들도 회원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현재 115명의 노인들이 ‘자비신행회’의 도시락을 고맙게
받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창립 당시 50여 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해마다 늘어 현재는 4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의 도시락 배달 봉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끈끈함이 있다. 도시락 봉사가 있는 날과 집안의 대소사가 겹치는 날은 집안 대소사를 포기하거나 혹은 봉
사를 하기 위해 집안 잔치를 다음으로 미룬 회원들이 적지 않다. ‘자비신행회’ 회원들에게 도시락배달 봉사가 불자로서 꼭 지켜야할 의무이자 책임이며 수행
에 한 방편인 셈이다.
‘자비신행회’의 자비실천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회원들은 지역 불우 청소년 장학사업과 함께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청소년분류심사원에 구류돼 있는 일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호스피스 자격 수료 임종봉사도
또 도시락 배달 사업과 함께 시작한 호스피스 교육도 올해로 6기를 맞이하고 있다. 수료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병원과 연계해 자원봉사활동을 펼
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비신행회’. 이들은 혼탁한 물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연꽃처럼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아름다운 보살들이다.


김형섭 기자 hsk@beopbo.com

광주지사=김경태 지사장
kk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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