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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구니 수행체제 설문 의미와 과제

기자명 이재형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비구니 전법게 도입… 간화선 교육 정비돼야

근기-선납별 체계 도입…하향평준화 극복 과제


동국대 교수 혜원 스님이 안거 수행 중인 비구니 스님 4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 조사결과에서 ‘직접적인 법거량이 거의 없고 큰스님의 육성녹음테이프를 듣는 것으로 공부점검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이 많다.

전통적으로 법거량은 수행자가 선지식과의 법거량을 통해 그동안의 공부를 점검 받고 이를 통해 수행의 방향을 잡아가는 방편으로 간화선의 생명처럼 간주돼 왔다. 그러나 선지식이 없이 혼자 자신의 수행정도를 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매 순간 살아 숨쉬어야 할 간화선의 본령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수행자들이 간화선 수행에 대해 회의하고 포기하도록 하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최근 한 기관의 조사에서 많은 출가 수행자들이 위파사나 및 제3수행법에 관심을 갖고 종단의 보조 수행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수행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비구니 선원에서 법문과 법거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종단의 체계적인 노력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조계종의 법맥 상승은 사자간(師資間)의 입실면수(入室面授) 또는 전법게의 수수(授受)로서 행한다’는 조계종 종헌 제2장 7조가 준수되는 선원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행력 있는 비구니 스님들에게 전법게를 주어 후학을 제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근기별·단계별(선납별)수행체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설명>조계종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모습. 사진제공



혜원 스님은 “실제 내원사 선원에서는 비구니 선경 스님이 10년간 후학들을 지도했었던 사례가 있었다”며 “전법게를 받은 비구니 스님들이 후학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비구니 선원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설문조사에서 큰 문제점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강원교육이다. 현재 강원교육이 참선수행에 적합하도록 편성함으로써 선수행을 유도하고 경·논을 통해 선의 원리와 대승의 일심사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는 스님들이 강원에서 간화선을 배웠다는 응답은 14.3%에 불과했고, 더욱이 좌선법조차 못 배웠다는 답변이 25.5%에 이르는 것은 강원 본래의 교육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번 응답자의 88.5%가 30∼40대로 대부분 강원교육을 거친 스님이라는 점은 이러한 비판에 무게를 더해준다.

따라서 현재처럼 많은 과목을 나열해 그 개요만을 가르치기보다는 선의 정신과 전통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수행방법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교수가 조계종의 종지와 선지를 인식하고 실수(實修)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혜원 스님은 “선원마다 자자(自恣)·포살 시행을 포함한 청규를 마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비구니 선풍이 진작되고 활성화될 때 참다운 한국불교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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