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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기자명 강명희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유식 핵심 일상용어로 쉽게 해설

세친(世親, Vasubandhu)의 『유식 30송』은 유가행파의 핵심적인 교의서로 알려져 있다. 이 송에 대한 10대 논사의 주석서는 후기 인도대승불교의 유심적(唯心的) 인식론의 토대를 세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유식 30송이 불교의 인식이론을 이해하는 필독서임은 유식학자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유식 30송에 대한 주석과 연구는 고래로부터 인도와 특히 동양 3국의 대승불교권에서 수많이 이루어져 왔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는 대승의 『유식 30송』을 수행적인 면에서 초기불교 수행론과 대비해서 독특하게 풀이한 정화 스님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라는 저서가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현대심리학적인 학문적 기반과 유식의 이론을 현실 수행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 측면이 잘 조화된 서광 스님의『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이 새롭게 출간되어 유식 수행론을 전공하는 평자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유식 30송』의 내용을 현대 심리학의 사고로 풀어내고 있는 점이다. 그 동안 한자로 된 불교 전문용어 때문에 일반인이 유식 이론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난점이 있었던 바, 서광 스님의 『유식 30송』은 전문적인 교학적 기반이 없더라도 대중들이 쉽게 접근해 유식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이고 친근한 일상 용어로 쉽게 풀이하고 있다.

특히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과 제7 마나식(末那識)과 제6 의식(意識)과 전오식(前五識)을 각각 저장식·생각식·의식·오감각식으로 번역하고 있는 것은 각각의 식의 특징을 잘 살려 생동감 있는 이해를 돕는 새로운 해석의 한 예라고 하겠다. 또한 게송마다 그 게송의 핵심을 구체적인 예를 통하여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 한 저자의 정성이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유식 30송』의 실천 수행적인 면을 강조하여 마음을 올바로 알고 마음을 바르게 쓰기 위한 수행의 단계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점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단지 이론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측면을 되새기게 한다.

‘깨달음을 향하여’라는 부제를 붙인 26송부터 30송의 해설 부분에서는 깨달음의 각 단계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구조적인 변화를 도표를 통하여 시각화시켜 저장식·생각식·의식·오감각식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 장인 ‘우울증과 마음’편에서는 우울증의 원인과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현대심리학적 기법과 불교 심리 이론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이 현대 심리학의 이론과 결합하여 환자들을 실제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심리치료 기법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구미에서는 동양의 다양한 심신수행법을 근간으로 한 초자아심리치료(transpersonal psyco therapy)가 이미 공인된 학문의 장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 유학하는 스님들이 주로 불교학을 전공하는데 비해 서광 스님은 특이하게 심리학을 전공하여 이를 불교와 접목시키려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불교의 외연을 넓히고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불교가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어 활불교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도이다. 요즘 국내 대학에서도 동양적인 수행법을 대체의학의 방법으로 삼아 대학원에 학과를 신설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안다. 종단이나 의대를 가진 종립대학에서도 단지 이론만이 아닌 일반인들의 삶에 파고들어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불교를 연구할 때라고 생각된다.

이런 시기에 서광 스님의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은 매우 의미있는 책이다. 진지한 불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강명희/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강사 citta@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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