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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

기자명 윤창화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새로운 불교운동의 길 제시

불교의식 간소화

주지선거 제도

포교 활성화 등 주장


낡은 옛 불교의 비합리적인 사고와 제도를 개혁하여 이른바 신시대에 맞는 새로운 불교운동을 전개한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이 불교서관에서 출판된 것은 개화의 물결이 한창 일고 있던 1913년 5월 말경이었다.

당시 이 책이 출판되자 한말 개화기 조선 불교계는 너나 할 것 없이 경이와 당혹, 찬성과 비판으로 화제를 집중시켰다. 도심의 포교당에서도 산중의 선방에서도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은 찬반의 극과 극을 달리면서 시대적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승려교육의 필요성과 왜곡된 참선의 문제점, 불교포교의 활성화, 불교의식의 정비 및 간소화, 승려의 단결, 사원통할(統轄)의 필요성, 그리고 선거를 통하여 훌륭한 주지를 뽑아야만 불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 ‘주지선거제도’ 등 전통 불교 교단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근대 개화기 불교의 명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찬사와 비판의 양극을 달렸던 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 후미에 기술된 ‘승려 가취론(嫁娶論)’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스님들도 이제는 시대에 맞게 결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의 주장은 일본불교가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던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더욱더 논란의 초점이 되었다. 이것은 훗날 일제하 조선불교의 전 승려 중 80%가 대처를 하게 되는 것과도 무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지상을 통하여 ‘승려 결혼의 타탕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예는 1500년 한국불교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승려도 결혼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맞다’고 주장한 일명 ‘승려취처론’은 겨우 후미의 한 장(章)을 차지하는데 불과하다. 핵심은 오히려 승려교육의 필요성과 왜곡된 참선의 문제점, 포교의 활성화, 불교의식의 정비와 간소화, 선거에 의하여 주지를 뽑자는 ‘주지선거제도’ 등 불교교단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을 제시한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는 서두에서 “오늘의 세계는 과거의 세계도 아니며 미래의 세계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현재의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천만년 이전을 연구하며, 천만년 뒤의 일을 연구한다는 말인가?”라고 하여 구습을 타파하고 현재의 시점에서 새로운 불교를 건설할 것을 역설했다.

나는 『조선불교유신론』 가운데서 ‘승려결혼론’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명쾌한 분석이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 이론서라고 말하고 싶다.(그의 승려 결혼론은 많은 정황과 역사적 사례를 들어서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유교적 사회 윤리관과 국가관, 그리고 일본불교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 우리 불교계의 면면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결국 그가 90년 전에 제시한 『조선불교유신론』의 논리대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가 정말 불교의 미래를 꿰뚫어 본 선각자였는지는 시각과 관점이 다르므로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겨야겠지만, 오늘날 다시 이 책을 읽어 봐도 미래불교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만해는 이 책을 탈고하고 나서 수심 가득한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적어내려 가고 있다.

“바야흐로 밤이 기니 내게는 잠이 안 오고, 생각이 길매 도리어 고개드는 시름/ 시름은 끝없기에 한숨과 노래 뒤섞이노니.......”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끝을 맺고 있는 그의 『조선불교유신론』은 끝내 전통적 사고에 밀려 표면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개화기 불교사회와 교단에 화두뭉치를 통째로 던져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만일 『조선불교유신론』이 이후 한국불교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대하(大河)를 이루었더라면,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장(章)을 할애해야 할 혁명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만해 한용운이 이 책을 저술한 것은 그가 불문에 입산한 지 불과 6년만인 1910년(32세) 백담사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독자들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고구정녕한 절규의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히 들려온다. 책 크기는 신국판, 본문은 80쪽, 순한문체. 제책방식은 반양장. 현재 이원섭 선생의 번역본(운주사 간)이 있다.



윤창화/민족사대표 changhwa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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