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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라카페 3000배 철야정진

  • 수행
  • 입력 2014.02.03 15:03
  • 수정 2016.02.24 17:14
  • 댓글 1

참회 3000번, 덕지덕지 붙은 업장 떼다

▲ 살갗을 파고드는 한파에도 해인사 백련암 3000배 철야정진 현장은 업장 소멸을 간절히 원하는 대중의 원력으로 뜨거웠다.

빛이 가야산 너머로 뒷걸음질 치자 어둠이 기어들어왔다. 휴대폰 안테나는 가물거렸고, 세속과 이어주던 하나의 고리마저 끊겼다. 살갗을 파고드는 겨울바람은 해인사 백련암을 쥐락펴락했다.

그 무렵 백련암 곳곳에는 하나 둘 좌복이 깔렸다. 좌복 앞에는 예불대참회문이 놓였다. 장경각, 관음전, 정념당, 적광전에 무릎 꿇고 앉은 이들은 280여명. 저마다 가슴 속에 아픔이나 상처를, 혹은 원력을 안고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 노부부, 학생들의 얼굴에 비장미가 서렸다. 1월18일 저녁 7시15분, 백련암 곳곳에서 동시에 죽비를 내리쳤다. 딱! 2014년 새해 첫 아비라카페 3000배 철야정진이 꿈틀댔다.

해인사 백련암서 18~19일
관음전 등서 280여명 동참
1000배 후 500배씩 네차례
엎드릴 때마다 불보살명호
능엄주 1독 독송으로 회향

우선 1000배부터였다. 2시간 동안 예불대참회문을 10번 부르짖어야 했다. 절이라는 참회행위를 통해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 등 삼독심으로 쌓은 업장을 녹이고 마음의 눈을 밝혀 나가기 위해서다. 예불대참회문 1독에 100배였다.‘지극한 마음으로 신명 다해 예배드린다’는 지심귀명례에 이어 한 분의 불보살명호에 절 1번이었다. 700배에 이르자 하나 둘 두터운 외투를 벗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엔 괴로움과 땀이 뒤섞였다. 230만개에 이르는 땀구멍에서는 땀과 섞인 업장이 흘러나왔다.

통증은 60조개 세포와 207개 뼈, 650개 근육, 100개의 관절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그리고 허리와 무릎, 종아리에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지심귀명례와 불보살명호만 마음에 붙들린 채 몸은 좌복 위로 수차례 무너져 내렸다. 통증에 무릎 꿇은 몇몇 초심자들은 합장한 채 앉거나 서서 명호를 부르며 마음이라도 함께했다. 구참자들은 달랐다. 지심귀명례에 합장하고 일어서 불보살명호를 입 밖으로 내는 호흡으로 고두례까지 하며 절을 공양했다. 좌복 위 수건은 흘러내린 땀과 섞인 ‘나’로 인해 묵직하게 젖어 들어갔다. 죽비소리가 적막을 가르자 여기저기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관음전을 채웠다. 찬바람이 들었고, 미처 땀으로 짜내지 못한 업장은 몸에서 하얀 수증기로 피어나 허공으로 사라졌다.

30분 쉬고 곧바로 500배에 돌입했다. 4번을 해야 3000배였다. 통증은 ‘1080배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강한 집착을 일으켰다. 집착이 승리했다. 1500배가 고작이었다. 대중이 함께하는 철야정진에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옆자리에서 정진하던 박순연(57, 혜안심) 보살이 꾸짖었다. “1080배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에게 굴복한 것”이라고 했다.

어둠이 삼라만상을 뒤덮을 수는 없었다. 지나간 하루와 다가올 하루가 자정의 어둠을 틈타 은밀히 몸을 섞을 때에도 지심귀명례는 성성했다. 2000배를 마치자 구참자도 하나 둘 좌복 위에 쓰러졌다. 곳곳에서 “죽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도 정진이었다. 30분 뒤 가차 없이 2500배를 향한 절로 이어졌다. 1월19일 새벽 3시25분, 3000배를 회향했다. 끝이 아니었다.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온 진언’ 능엄주 독송이 백련암 곳곳에 울려 퍼졌다. “스타타 가토스니삼 시타타 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곧바로 발원문을 낭독했다. “나를 위해 남 해치니 자나깨나 죄 뿐이라. 천생만생 쌓은 업장 큰 허공에 가득 차니 그 어찌 하오리까. 부처님께 피눈물로 참회합니다.”

백련암에는 철야정진 회향으로 환희심이 넘실댔다. (주)한국전력기술 엔지니어로 5번째 3000배 철야에 참가한 허만길(55, 법등) 거사는 “2000배가 늘 고비였다. 3번째까진 목숨 걸고 했었다”며 “대중이 함께 올리는 3000배는 덕지덕지 붙은 업장을 떼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3000배는 철저한 하심과 참회로 번뇌와 업장을 녹인 수행이었다. 가야산의 어둠은 짙었다. 덕분에 백련암 밤하늘의 별은 촘촘히 빛나고 있었다.

합천=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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