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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사마타수행, 집중명상-2

기자명 인경 스님

산란한 마음 가라 앉히면 행복 깃들어

일상에서 우리는 어떤 일에 집중된 상태를 ‘삼매에 들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결코 쉽지가 않다. 금방 생각들이 일어나면서 근심이나 불안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 빠져들곤 한다. 그래서 더욱 수행자들에게 선정체험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선종의 대표적인 어록인 ‘육조단경(六祖壇經)’에서는 일상의 모든 행위 가운데 흔들림이 없는 한결같은 마음(직심, 直心)을 ‘일행삼매(一行三昧)’라고 정의한다.

근심은 순간순간 일어나
흔들림없는 마음이 중요
인내 속 대상에 집중하면
고요함 그자체 체험 가능

나의 행위들 하나하나가 모두 삼매에서 비롯되고, 어떤 폭류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마치 허공 같은 큰마음과 한량없는 자비가 함께 하지 않겠는가. 이게 단지 하나의 이상일까. 그래도 매일 조금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면 다행이지 않겠는가?

집중명상의 과정을 초기불교의 대표적인 논서의 하나인 ‘아비달마의 요약’(Abhidhammattha Sangaha)에서는 준비, 접근, 몰입의 세 단계로 설명한다. 준비 단계(parikamma-bhāvanā)는 주의집중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의 접근 단계(upacāra-bhāvanā)는 탐욕이나 성남과 같은 산란한 마음의 다섯 가지 장애가 소멸되고 상반되는 표상(nimitta)이 일어나는 단계이며, 마지막 세 번째의 몰입단계(appanā-bhāvanā)는 참된 마음의 고요함, 선정이 발생하는 단계이다.

준비 단계는 명상대상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면 호흡명상이라면 호흡이란 대상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고, 먹기 명상이라면 움직이는 현재의 행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도적’이란 말이다. 일정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준비단계는 하나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다른 대상에 대한 시선의 배제를 의미한다. 다른 대상의 배제가 없으면, 그것은 산란된 마음상태로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접근 단계는 탐욕이나 성남과 같은 다섯 가지 장애가 소멸되고 이것과 상반되는 표상(nimitta)이 나타나는 단계이다. 접근으로 번역한 upacāra란 용어는 '위로'라는 의미의 'upa'와 '움직이다'라는 '√car'가 결합된 말로서, '그 위로 움직이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마음이 어떤 대상으로 다가가서 머문 상태, 곧 집중을 의미한다. 이때 탐욕, 성남, 산란, 의심, 졸음 등의 다섯 가지 장애가 억제되고, 상반된 표상의 나타남을 그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상반된 표상(nimitta)이란 의도적으로 선택한 명상대상에 대한 이미지, 영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호흡명상에서 호흡의 표상, 그 영상은 외적인 물리적 대상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어적인 개념이나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다. 호흡이란 실제로는 몸에 의해서 느껴지는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신체의 움직임에 대한 표상이다. 이것이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고 함은 집중에 방해되는 장애들이 억제되었거나 소멸되고,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다. 이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온갖 선입견을 버리고, 온전하게 수용하여 고요함 그 자체를 체험하게 된다.

마지막 몰입 단계는 산란함이 사라지고 마음의 고요해진 상태로서 선정(禪定)을 경험하는 단계이다. 감각적인 욕망의 장애가 사라지고, 새로운 영역으로서 영적인 마음의 기쁨, 행복감과 평정을 경험하는 단계이다. 그 이전에는 많은 생각들로 순수하게 집중하기가 힘들지만, 인내하고 계속 대상에 머물러 명상수행을 계속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장애가 소멸되고, 마음과 대상이 온전하게 하나가 되는 경험(김경일여, 心境一如)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집중명상의 과정은 명상수행(bhāvanā)과 함께 오랜 시간동안 점진적으로 개발된다. 하지만, 실제로 3분 명상을 하는 순간에도 순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서 집중하려는 의도적인 처음 노력은 점차로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명상대상에 집중하게 되면, 뜻밖에도 쉽게 이런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4호 / 2014년 2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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