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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상속자

기자명 이필원

자식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가능한 많은 부를 상속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한국은 예로부터 부모가 자식에게 부를 상속해 주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다. 이는 제사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흔히 말하는 사대봉사(四代奉祀)가 그것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종손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세상은 무상하여, 사회상도 많이 변하였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사일 것이다. 요즘은 종교에 따라 제사를 모시지 않는 경우도 있고, 제사를 지낸다고 해도 예전보다는 훨씬 간소화되어 있다. 그에 따라 상속에 대한 관념도 많이 바뀌어, 굳이 자식에게 부를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분위기도 아직은 미미하지만 점차 성숙해 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진정한 상속은 가르침
부모 사랑에 감사하고
그 뜻 무엇인지 살펴
배움으로 향상시켜야

속담에 부자가 3대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부의 상속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부모로부터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사람 중에는 그 부를 잘 간직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사람보다는 사치와 향략에 빠져 부를 탕진하는 사람이 더 많다. 부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많은 부를 상속받는다고 해도, 그것을 지킬 힘을 갖지 못한다. 이럴 경우 그에게 상속은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독약과 같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진정한 상속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하신다. 그 내용이 ‘이띠부따까’에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비구들이여, 나는 바라문, 걸식자에게 응하는 자, 항상 청정한 손을 지닌 자, 최후의 몸을 지닌 자, 화살을 뽑아버리는 위없는 의사이다. 그대들은 나의 적자이며, 입에서 생겨난 자이며, 가르침에서 생겨난 자이며, 가르침에 의해 만들어진 자로서, 가르침의 상속자이지 재산의 상속자가 아니다.”

이 가르침은 출가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방점은 ‘가르침의 상속자이지 재산의 상속자가 아니다’라는 문구에 있다. 승가에 보시된 재산을 상속하는 자는 재산을 관리하는 자일 뿐, 부처님의 적자(嫡子)는 아니다. 부처님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는 가르침을 상속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재가자에게도 적용된다. 부모님으로부터 재산만을 요구하는 자는 부모의 진정한 상속자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부모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그 뜻이 선하고 본받을 만한 것이라면 그것을 키워나가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모님의 삶으로부터 내가 무엇을 배워야 나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산은 그 뒤의 일이다. 이것이 뒤바뀌어 버리면, 부모 자식간에 물려주고 물려받을 것이 ‘재산’밖에 없는 참으로 천박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러니,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자식은 부모로부터 무엇을 물려받을 것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이 ‘재산’이라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 온갖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진다. 뉴스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몇 푼 안 되는 유산에 형제간에 싸움을 하는 것은 예사요, 법정다툼으로 평생 의절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때로는 부모에게 유산을 받기 위해 부모를 살해하는 경우도 발생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은 감각적 쾌락과 물질적 풍요로움만을 생각하는 천박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진정한 상속은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그 사랑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41호 / 2014년 4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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