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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역사 인식

한국사회 일부는 한국사에 대한  단순한 인식을 갖고 있다. 19세기말 기독교 선교사의 노력으로 한반도가 어둡고 무의미한 불교와 유교문화권에서 벗어나 영광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 경우엔 200년간 통치한 영국이 인도인의 역사관을 바꾸는데 실패했으며 인도인의 민족적인 자부심에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간디는 1909년 인도의 자치 정부 이론을 뜻하는 ‘힌드 스와라지(Hind Swaraj)’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출판했다. 이 책에서 간디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 의한 인도의 변화상을 정밀하게 검토했다. 영국의 식민통치방법이 그의 조국에 그토록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통찰했다. 그리고 인도인의 진정한 해방의 필수 조건으로 영국제국주의 통치하에 수입된 식민지 근대성을 인도에서 몰아낼 것을 선언했다.

간디는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외친다. “인도는 영국인이 빼앗은 것이 아닙니다.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인도인의 도움을 받아 공장을 확대했고 그 공장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인으로 구성된 군대를 고용했습니다. 당시 우리가 한 일이 이러한데 과연 우리가 영국인들을 책망할 수 있겠습니까?” 간디는 인도인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식민지통치가 가져온 ‘문명’과 교육제도, 산업경제 등을 신뢰했던 자신들의 오류를 이해해 나가기를 원했다. 간디는 영국이 주도하는 변화를 신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문명은 스스로 파괴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간디는 인도인들을 향해 “인도는 지난 150여년 간 배웠던 것을 잊어야 비로소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디는 영어라면 사족을 못 쓰며 서양의 산업문명을 도입하려 애쓰는 당시 인도 지식인층을 겨냥하며, 그들 때문에 “영국인 없는 영국의 통치” “호랑이가 없는 호랑이의 습관 및 성질”이 고착화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런 지식인들의 영어 및 서양 사랑은 인도를 영국화할 것이며, 인도가 영국화된다면 인도는 진정한 인도가 아닌 영국계 혹은 영국화된 인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간디는 인도 땅에서 영국인을 몰아낸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갈색 피부의 인도인 통치자가 백인 통치자를 대신해 일반 민중들의 삶이 독립 전과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훗날 간디는 영국 체류기간 서양문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게 있다면 참 좋겠지요”라고 답했다. 아마도 서양이 기독문명의 본의를 잊고  식민지 통치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비참하게 만든 나라로 여겨서 한 농담일 것이다.

한국인이 간디사상에 기초를 둔 역사관을 발전시키면 한국의 정신문화가 풍부해지고 많은 이념적인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부 한국사회는 불교와 유교를 게으름의 동의어로 여기고 기독교 중심의 서구문명을 사탄의 이념을 극복할 숭고한 사상체제로 내세운다. 사실 고금을 막론하고 한국인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민족문화 유산은 불교에서 비롯된 문화유산들이다. 한국의 수많은 고승들은 지난 1700여년 동안 민족과 운명을 같이 했고 민족의 행복을 위해서 인생을 바쳤다.

유구한 한국사에서 가장 뛰어난 사상가인 원효대사는 당대 한역된 모든 경전을 섭렵했고, 모두 100여 종 270여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술을 집필했다. 사회와 사회와의 관계 또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는 서로 원융무애의 자비심과 자타불이의 보살행으로 화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주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적절하고 유효하다.

게으른 민족에게는 원효대사 같은 위대한 사상가가 없다. 원효대사의 법어를 통해 한국 스님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민족을 지도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자기 죄를 못 벗으면 남의 죄도 못 풀 것이니 어찌 계를 지키는 수행 없이 남의 공양 받으랴?” 

판카즈 모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pankaj@aks.ac.kr
 

[1251호 / 2014년 7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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