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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국민에게 외면 받은 이유

새정치민주연합이 흔들리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 때문이다. 수도권 6곳 가운데 1곳에서만 이겼을 뿐 손학규, 김두관, 정장선 등 거물정치인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호남에서는 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서울 동작을 선거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게 양보해 야권연대를 이뤘지만 새누리당의 진격을 막지 못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이긴 뒤 야당은 패배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 모든 선거에서 야당이 졌다. 총선(2012), 대선(2012), 6.4 지방선거에 이어 연전연패를 기록 중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건 문창극 인사파동과 세월호 참사 100일의 추모 분위기 등 여건이 유리했음에도 크게 졌기 때문이다. 종전까지 49:51의 팽팽한 승부 끝에 패배했다면 7.30 재보선은 4:11의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의 성적은 매우 초라하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핵심공약은 파기되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공작과 관권개입이 드러나 대선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흔들리는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야당을 무시하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탄압하고,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청구하고, 철도민영화를 강행하는 등 국정운영은 일방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밀렸다. 꺾일 줄 모르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지지가 40%대로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왜 야당은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을까?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실망했으면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정부여당의 실정보다 야당의 무능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더 세다. 잘못은 정부여당이 저지르고 심판은 야당이 받는다는 이상한 공식이 생겼다. 야당이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존재는 ‘소금’과 ‘등불’로 비유할 수 있다. 야당은 정치가 썩지 않게 만드는 소금이어야 한다. 야당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견제와 감시를 잘 하면 정치의 질이 좋아진다. 정부여당의 독선과 독주, 부정부패를 야당이 제대로 막지 못하면 정치는 타락한다. 그래서 국민은 정부여당이 잘못할 때 야당에게도 비판 견제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또 야당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등불이어야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흔들리는 배를 안전한 항구로 인도해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야당이 해야 한다. 정부여당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하고 좌절한 국민에게 좋은 정치, 좋은 정부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어야 한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만회해줄 대안정당, 수권정당으로 인정하지 못하면 방황하는 표심은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지지의 철회나 변경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눈물’ 뒤에 숨은 새누리당의 “도와 달라”는 ‘박근혜 마케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대안 없이 세월호 민심에 기대어 ‘박근혜심판’만을 외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국민은 외면했다. 이런 양상은 7.30 재보선에서 되풀이되었다. ‘박근혜마케팅’의 약발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을 내세웠다. 예산폭탄, 경제살리기 등 유권자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런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략공천이 뜻밖에 민심과 겉돈데다 정책과 생활정치를 도외시한 채 세월호 추모민심에 기댄 심판론에 미련을 갖다가 참패했다.

패배의 책임을 지고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는 물러났다. 손학규 고문은 정계를 은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대위 체제로 바뀌었다. 야당의 혁신논의가 정치를 생산적으로 바꿔내기를 기대한다. 야당이 살아야 한국정치가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 원장 nurisonh@gmail.com

[1256호 / 2014년 8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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