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수렁
78. 수렁
  • 이필원 박사
  • 승인 2014.08.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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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어떤 빠져 나오기 힘든 처지에 놓이거나, 아주 곤란한 상황을 ‘수렁에 빠졌다’라고 표현한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좀 체로 빠져나오기 힘든 늪과 같은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감각적 쾌락과 욕망은
넘기 힘든 수렁과 같아
욕망 긍정적 발현 되면
삶이 윤택하게 발전 돼
 
삶을 길이라고 보면, 길 위에는 매우 다양한 상황들이 연출된다. 예쁜 꽃들이 만개한 곳도 있고,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곳도 있고, 물웅덩이가 있는 곳도 있다. 때로는 가시밭길도 있을 수 있고, 진흙창길을 가야할 경우도 있다. 이렇듯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며 때로는 기쁘고 행복한, 때로는 짜증나고 힘든 경험을 한다. 다소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올 기약을 갖지 못하는 경우는 누구나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는 것도 커다란 행운일 것이다. 때로는 수렁에 빠질 위험을 간발의 차이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 않으면 두 번, 세 번의 행운은 없을 수도 있다.
 
‘숫따니빠따’에서는 감각적 욕망을 ‘수렁’에 비유한다. 감각적 욕망이란 대표적으로 ‘성적인 욕망’을 말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은 넘기 어려운 수렁이라고 나는 말합니다.”(Suttanipa-ta의 ‘Attadan. · dasutta’ 중에서)
 
감각적 쾌락의 원어는 까마(ka-ma)이다. 까마는 ‘욕망의 대상’을 가리키는데, 대부분의 경우 ‘성적 욕망의 대상’을 가리킨다. 물론 재물에 대한 욕망이나,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가리킬 수도 있다. ‘숫따니빠따’에서는 명확하게 성적 욕망을 가리킨다.

 

성적 욕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없다면 생명의 연속성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성적 욕망에 사로잡혀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면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성적 욕망에 마음을 빼앗겨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면, 그동안에 쌓아온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게 된다. 깊은 진흙탕 구멍에 빠져 허우적대듯이, 고통과 후회로 괴로워하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또 다른 경에서 “잘못된 성적 욕망은 그가 지금껏 가졌던 명예와 명상을 다 잃게 합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비속한 자라고 부릅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욕망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삶을 윤택하게 하고 발전하게 한다. 그리고 나아가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능하기도 한다. 하지만 욕망의 노예가 되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야 만다.
 
성적인 욕망의 위험을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친구의 깊은 우정도 순식간에 끊어 버리며 건강과 부귀영화도, 높은 지위나 권력도, 참으로 소중한 행복도 간단히 파괴하는 위력적인 폭약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순간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대가로, 평생을 노력해서 쌓아온 모든 것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성적 욕망이 갖는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나의 마음에 어떤 욕망이 일어나는지 잘 관찰하여,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혹 정말 운이 좋게 욕망이 파놓은 수렁을 비켜갔다면, 깊이 반성하고 감사하며, 다시는 수렁에 빠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그 결심을 공고히 하는 것은 바로 참회와 늘 깨어있는 정신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58호 / 2014년 8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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