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의 코스모스가 세간의 가을꽃이라면 산사의 담장아래 핀 붉디붉은 꽃무릇(석산)은 출세간의 가을을 재촉하는 꽃이다. 꽃과 잎이 달리 피는 모습이 초연한 수행자를 닮아 예부터 ‘피안화’라 불린 이 꽃은 경전 제본과 탱화 표구 등에 자연재료로 쓰인다. 경남 창녕 관룡사의 대웅전 앞마당에 보름달처럼 환하게 핀 꽃무릇이 가을의 출발을 나지막이 노래하고 있다.
[1261호 / 2014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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