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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선교 자유 구별 못하는 교회

우리나라처럼 신앙의 자유와 포교의 자유가 혼동되고 있는 곳이 없는 듯하다. 신앙의 자유는 무한대로 보장된다. 개인이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그것은 그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한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를 포교의 자유와 혼동할 때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마련이다. 포교는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 자신의 신앙을 남에게 전하는 행위는 종교인으로서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것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엄연히 타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이며,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자유이다. 그것을 신앙심이라는 명목으로 침해하는 것은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자신의 종교를 포교한다는 이유로 남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종교에 대한 열렬한 신앙심의 증표로 과시하는 듯한 착각이 만연되어 있다. 그러한 침해의 사례를 보는 이들도 그것이 종교적 신앙심의 문제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풍조가 용인되고, 혹 확산되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정말 큰 불행을 일으킬 씨앗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종교들이 포교라는 명목으로 남의 종교를 침해하거나 남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종교라는 것은 이성을 넘어서는 믿음의 차원이요, 무엇보다 강렬한 힘을 응집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갈등과 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착각과 혼동을 하루 빨리 불식시키고, 타인의 자유, 타인의 믿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포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국민적 합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다.

일부 종교들이 지나친 포교행위를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례들은 너무도 많고, 또 그것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걱정스러움이 국제적 망신과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들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업보가 아닐까?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특정 교회의 신자들이 이슬람권과 힌두교권의 선수들에게까지 선교용 팸플릿을 배포한 사태는 우리 사회의 종교가 가장 기본적인 원칙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종교적 평화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서 국제적 망신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일임을 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의 대처나, 그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전혀 그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권 국가들의 선수들은 “매우 불쾌하였다”는 반응을 보이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그들의 반응은 이러한 선교행위가 얼마나 몰상식한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손님을 맞아 놓고 그들을 매우 불쾌하고 화나게 만드는 일은, 선린외교의 목적을 해치는 것이며, 국가적인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그것을 단지 종교적인 일이니까 “막을 수 없다”고 슬그머니 넘어가려 하고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차단하려 한다고 변명하고 있다.

종교적 갈등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지평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또 그러한 일을 차단하는 법적인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미비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이러한)선교활동은 계속할 예정이다”는 몰지각한 그 교회의 태도에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야 할 것이며, 이러한 행위들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와 법제정을 서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작은 일이지만 심각한 문제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로 모든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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