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페인 추숩챵 불교센터
2. 스페인 추숩챵 불교센터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4.09.30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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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물던 고요한 산골마을에 형성된 ‘깨달음의 숲’

▲ 센터에는 스페인 불교 신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명상을 하고 불교 철학을 공부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속에 담는다.

갈리시아(Galicia) 지방은 스페인 북서부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고대 켈트 문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대서양과 맞닿은 이곳은 녹음 짙은 숲 사이로 스페인 고유의 특성을 지닌 작은 시골마을이 들어선 매력적인 곳이다. 고대 서양에서 활약한 인도 유럽어족 중 한 파인 켈트족이 살던 이곳은 그들만의 신비로운 문화가 생생히 전해져 오는 지역으로 다른 지방보다 독특한 미신과 전설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켈트족 특유의 다양한 의식과 미신들은 가톨릭 세력이 스페인 전역에 퍼지며 조금씩 사라졌다. 그 후 갈리시아 지방에는 가톨릭의 영향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하게 자리 잡았다. 특히 갈리시아 지방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이자 사도 야곱의 유해가 발견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 tela)는 가톨릭 3대 순례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에서 오는 성지 순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주변 국가에서 출발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3개월 이상 도보 순례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갈리시아 지방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티베트 스님 탄징 탄딩 의해
갈리시아에 불교센터 설립

자연과의 조화 최우선 삼고
지역특색 살려 건축물 개조

명상·불교철학 수업 제공해
스페인 불자들의 갈증 해소

외국인 낯설어하는 주민들에
스님들 먼저 다가가 상담도

하루 평균 50여 방문객으로
지역 활성화…주민들도 반색


그런데 가톨릭 주요 성지가 위치한 이 갈리시아 지방에 최근 색다른 종교행사가 열렸다. 갈리시아 남부에 위치한 산토아마로(Santo Amaro) 마을에 티베트의 라마승들이 불교센터를 개관한 것이다. ‘추숩챵(CHU SUP TSANG)’이라 불리는 이곳은 갈리시아 지방 최초의 불교센터다. 외부지원이나 도움 없이 티베트 스님과 스페인 불자들의 불교에 대한 열정과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센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8월4일, 이 센터의 주지 게쉐 탄징 탄딩(Gueshe Tanzing Tanding) 스님과 인도 간덴(Ganden) 사원에서 온 니에레 트리튤(Nyere Tritul) 린포체, 게쉐 롭상 예쉬(Gueshe Lobsang Yeshi) 등 3명의 스님이 이곳에서 센터 개관식을 갖고 법회를 봉행했다. 개관식이 열리던 날 이 작은 마을에서는 스페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국적이고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오전 7시에 시작된 명상 수업과 정오에 열린 불교 철학에 관한 다양한 강연들은 책과 인터넷으로만 불교 공부를 해왔던 스페인 불자들의 불교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해소시켰다. 또 인도에서 온 라마승들은 이 센터를 위해 거대한 만다라를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센터 개관 첫날부터 4일 간 이어진 수련회에는 센터 설립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불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이색적인 행사에 큰 관심을 보이던 산토아마로 마을사람들도 다수 참석했다.

▲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 가옥을 개조한 추숩챵 불교센터.

추숩챵 불교센터는 산토아마로 안의 작은 마을 중 하나인 벤또셀로(Venteselo)에 위치했다. 센터는 오랫동안 버려졌던 석조 건물을 지역 전통 건축 양식을 최대한 지키는 방법으로 개조해 만들어졌다. 마을과 자연 환경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주지스님의 뜻 때문이다. 약 8000m² 규모로 센터 내에는 기숙사 6개와 주방, 50여명의 불자들이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 명상실, 그리고 도서관으로 구성됐다. 현재 스페인 불자 3명이 이곳에 상주하며 센터 일을 돕는다.

불교센터가 건립되기 전 벤또셀로 마을은 네 가구만이 거주하던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토마토와 감자 농사, 밤나무 경작 활동을 제외하고는 스페인에서 그렇게 흔하다는 마을 축제조차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다.

게쉐 탄징 탄딩 스님은 스페인 북부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이곳을 지났다. 그리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에 사로잡혀 마을 입구 밤나무 아래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스님은 명상 도중 이 마을이 바로 부처님 말씀을 스페인 땅에 전파하는 본거지가 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굳은 확신을 갖고 이곳에 스투파를 세우고 다양한 불교서적을 보유한 도서관을 세우기로 원력을 세운다. 스님은 추숩챵 불교센터가 언젠가는 스페인을 넘어 유럽 전역에 부처님 생애와 말씀을 전파할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센터가 문을 열던 날 인도에서 온 라마승들은 법회를 봉행하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 산토아마로 마을 사람들은 불자건 아니건 종교를 떠나 이 센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불교라는 말을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이 산골마을 나이 지긋한 농부도 “불교센터 사람들은 세상에 둘도 없이 보기 드물게 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점주인 모니카(Monca)도 조용했던 마을에 세워진 이국적인 불교센터에 몰려드는 사람들 덕분에 사업이 번창하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켜준 불교센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실제 불교센터가 개관된 후 매일 평균 40~50여명의 외지인들이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 마을에서는 성당보다 추숩챵 불교센터가 인기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불교센터 건축현장에서 일했던 목수도 “불자들이 마을에 방문해 조용한 산골마을에 경제적 활력과 삶의 에너지를 선사했다”고 만족했다. 추숩챵 센터 근처에 살고 있는 세르히오(Sergio)와 카르멘(Carmen) 부부는 마을에 처음 라마승들이 도착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이들은 “이국적 생김새와 옷차림으로 처음에는 많이 놀랐으나 지금은 새로 정착한 외국인 이웃들 덕에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고백하며 “얼마 전 불자들과 라마승에게 스페인 전통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법도 가르쳐줬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이 시골사람들이 겪고있는 단 한가지 어려움은 바로 복잡한 발음으로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 티베트 스님들의 이름이다. 마을사람들은 티베트 스님을 간단하게 ‘오 라마(O lama)’라고 부른다.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스페인 작은 시골마을의 젊은 사람들도 큰 도시로 떠나는 추세다. 대부분 소수의 노인들만이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다. 산토아마로 마을 중앙에 위치한 성당들은 마을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하자 대부분 문을 닫았고 성당을 담당했던 주교도 떠났다. 추숩챵 불교센터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마을 사람들의 방문을 환영한다. 성당에 다녔던 마을사람들은 복잡한 문제가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불교센터를 찾는다. 주민들은 라마승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라마승은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그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도한다.

스페인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부르고스(Burgos)시 출신의 한 관광객은 “이 지역을 여행하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 불교센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시아로 여행을 다녀온 후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은 계속 여행을 하도록 보낸 후 자신은 벌써 수일 째 추숩챵 불교센터에 머무르며 명상을 배우고 불교 서적을 읽고 있다. 그녀는 “예기치 않았던 곳에서 불교센터와의 인연이 부처님 깨달음을 이해함과 동시에 내 인생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 센터에 앉아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고향인 티베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주지 게쉐 탄징 탄딩 스님.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닌 주지 게쉐 탄징 탄딩 스님은 “불교는 모든 이를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여 그들이 행복의 길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는 종교”라며 “모든 이에게 열려있는 센터가 깨달음의 숲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승복을 정갈히 갖춰 입고 센터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커피와 차를 손수 제공하는 스님은 “이 작은 산골에 울려 퍼지는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고향인 티베트 한 구석에 앉아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한다”며 웃음짓고는 흥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어렸을 때 내 고향 티베트 시골마을에는 언제나 뻐꾸기가 울어댔다네. 티베트를 떠난 후에는 그 어디서도 뻐꾸기 소리를 듣지 못했어. 스페인의 벤또셀로에 도착하던 날 유난히 뻐꾸기들이 많이 울어댔지. 센터 마당에 앉아 스투파를 보며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면 돌아갈 수 없는 고향 티베트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네”.

알랭 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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