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땅과 같이
83. 땅과 같이
  • 이필원 박사
  • 승인 2014.09.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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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수행의 종교이다. 수행의 종교란 말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행이란 말을 쉽게 표현하면 ‘실천’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즉 불교는 관념의 종교가 아닌 실천의 종교란 말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증득(證得)의 종교가 된다. 증득이란 경험이나 체험을 통해 철저하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나의 경험인 것이다. 말하자면 갈증이 날 때, 다른 사람이 물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라고 하는 것을 간접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물을 마셔서 그러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불교는 실천의 종교
경험 통해 증득 얻어
감정 휘둘리지 말고
수행하는 삶 살아야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수행인 것이다. 그래서 수행을 하게 되면, 그것은 실질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가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는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 하나의 예를 들면 수행을 통해 우리는 ‘지혜’를 얻게 되고 현실 속에서, 삶속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여 해탈, 열반을 성취하게 된다.

경전에서 수행에 대한 가르침은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수행을 할 때, ‘땅과 같이’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라훌라여, 땅과 같이 수행하라. 라훌라여, 만약 그대에 의해 땅과 같이 수행된다면, 이미 생겨난 즐겁고 즐겁지 못한 접촉들이 그대의 마음을 붙잡아 두지 못할 것이다. 라훌라여, 예를 들면 땅에게 깨끗한 것을 버리더라도, 더러운 것을 버리더라도, 똥을 버리더라도, 오줌을 버리더라도, 침을 버리더라도, 고름을 버리더라도, 피를 버리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땅이 곤혹해 하거나, 수치스러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듯이, 이와 같이 라훌라여 그대는 땅과 같이 수행하라.”(Majjhima Nika-ya, Maha-ra-hulova-dasutta 중에서)
위 인용문은 「라훌라에 대한 커다란 훈계의 경」의 일부이다. 이 경전은 라훌라를 위한 수행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부처님은 라훌라에게 ‘땅과 같이 수행하라’고 말씀하신다. 땅과 같이 수행하면 우리가 감각기관(눈, 귀, 코, 혀, 몸, 마음)을 통해 받아들이는 ‘좋은 느낌이나 불쾌한 느낌’들에 마음이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감정이나 환경에 휘둘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관계’를 통해 ‘좋다’, ‘싫다’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대상을 평가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분별심’이라고 한다. 분별하는 마음은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되고, 그 집착이 대상에 나의 마음을 붙들어 매게 한다. 이것은 좋아하는 대상만이 아니라, 싫어하는 대상도 마찬가지이다. 싫어하는 대상을 밀쳐내는 것, 이것도 집착이다. 하지만 우리가 ‘땅과 같이’ 마음을 쓰게 되면 분별하지 않기에, 집착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이를 통해 우리는 취하고, 밀쳐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지는 다양한 감정들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이렇게 아는 것만으로도 사실은 우리 삶은 크게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실제 실천하게 되면 어떠할까. 무조건 ‘좋다, 싫다’라는 감정에 의지했던 삶에서, 그러한 감정의 원인을 찾아내고 나의 반응을 통제하게 되는 삶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은 나의 삶이 피동적인 것이 아닌, 주체적인 삶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많은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63호 / 2014년 10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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