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프랑스 칸쇼지 선불교 사원
3. 프랑스 칸쇼지 선불교 사원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4.10.13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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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좌선으로 행복 에너지 발산하는 선불교 참선도량

▲ 프랑스인 스님들에 의해 소토선 종파의 불교 의식이 하루에도 여러차례 행해진다.

일본 불교 종파인 선(禪, Zen)불교는 인도의 디야나(Dhyana) 종파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디야나 종파는 탄트라 종파의 시조로 여겨지는 사다 시바(Sada Shiva)에 의해 7000여 년 전 처음 제시된 요가 철학의 여덟 개 이론 중 하나에 근본을 둔 종파다. 이 요가 이론들은 인도 철학자 파탄잘리(Patanjali)에 의해 문서화됐다. 디야나 종파의 주요 이론은 우리 마음이 외부 상황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자아실현에만 목적을 두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디야나 종파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선불교는 일본에서 번성하며 다시 세 개의 종파로 나뉘어졌다. 이 중 소토선(Soto Zen)이 가장 큰 규모의 종파로 현재까지도 일본 전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불교에서는 지관타좌(只管打坐, Shikantaza)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이는 명상 시 마음과 머리를 완전히 비워내는 것을 의미한다. 13세기 중국에서 조동종(曹洞宗, Caodong)을 공부했던 일본인 도겐 젠지(Dogen Zenzi)스님이 이론을 일본으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시작된 소토선은 일본 전역에 퍼져 현재 1만4000개가 넘는 사원이 있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큰 불교 종파로 미국과 유럽까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일본인 데시마루 스님 따르던
프랑스인 타이 운 스님 의해
남프랑스에 소토선 사원 설립

좌선 집중해 집착 버릴 것 강조
소박한 생활로 행복한 삶 추구

다양하고 깊이있는 세미나 열어
스님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남 프랑스에 위치한 칸쇼지(Kan shoji) 사원은 소토선 종파 사원 중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보이는 공원과 아름다운 호수 앞에 위치한 칸쇼지 사원은 프랑스 출신 타이 운(Tai Un) 스님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2002년 선불교 대승인 미나미자와(Minamizawa) 스님은 자신을 따르던 타이 운 스님에게 프랑스에 선불교 사원을 설립하도록 부탁했다. 그 후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칸쇼지 사원은 오늘 날 유럽 전역에 선불교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부처님 말씀을 세상 곳곳에 전파할 스님들을 교육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칸쇼지 사원에서는 다양한 의식과 세미나가 열린다. 깊이 있고 다양한 주제의 불교철학의 가르침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 명상과 세미나가 열리는 법당 전경.

칸쇼지 사원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열리는 가부좌를 틀고 깊은 명상에 빠지는 의식인 좌선(Zazen)으로 시작된다. 의식이 끝난 후, 쌀죽으로 아침 공양을 하고 밤 9시30분에 열리는 좌선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선불교에서는 불자 모두가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날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칸쇼지 사원에서 살고 있는 불자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떠나 사원 내 작은 공간에서 조용히 생활한다. 부처님이 생활한 것처럼 소박하게 살기위해 애쓴다. 이는 칸쇼지 사원에서 살기로 발원한 불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명상을 하고 소박한 옷과 간소한 음식으로 지내는 삶이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부처님은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칸쇼지 사원에서 기본적으로 따라야만 하는 규칙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질적 혹은 감정적으로 피해를 주지 말고 상대방의 이익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칸쇼지 사원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홀로 지내야 한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기성찰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시간을 무사히 넘겨야 마침내 다른 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

타이 운 스님은 칸쇼지 사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꾸준히 열릴 수 있도록 애쓴다. 프랑스 우수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0년 우연히 선불교를 접했고 부처님 일생과 그 말씀에 매료됐다. 그리고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소토선불교의 대표, 일본인 타이센 데시마루(Taisen Deshimaru) 스님의 제자가 됐다. 타이센 데시마루 스님의 각별한 지도하에 선불교 철학과 부처님 말씀을 꾸준히 공부하며 불교에 전념했다. 타이 운 스님은 “타이센 데시마루 스님의 인격과 성품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스승과 함께 지낸 순간순간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 후 25년간 그는 불교철학 서적을 하루라도 읽지 않는 날이 없다.

소토선 종파는 올해 칸쇼지 사원에서 대규모 템플스테이를 마련했다. 유럽 전역에서 온 선불교 신자들은 며칠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며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삶이 주는 행복을 경험했다. 소토선불교 유럽 대표인 지소 포르자니(Jiso Forzani) 스님은 선불교 철학의 기초를 강연했다. 대규모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부터 먼 길을 온 스님들도 소토선불자들이 행해야 할 행동들과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침을 주는 시간을 가졌다.

▲ 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스님들.

지난 3월5일 칸쇼지 사원에서는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 씨앗이 싹을 틔어 나무가 되고 그 나무에서 열매가 맺듯이 이곳에서 오랫동안 집중 교육을 받은 불자들이 스님이 되는 법회였다. 의미 있는 법회를 축하하기 위해 일본 조동종 대본산인 에헤지(Eiheji) 사원에서 사절단을 보냈고 전 세계 각지의 선불교 대표들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스님이 된 이들은 현재 또 다른 스님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칸쇼지 사원의 행사해 참석한 스님 중 한 분은 이 날 법회 중 다음과 같은 법문을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대충 사원에서 살며 불자들이 시주한 음식으로 살아갈 목적을 가지고 스님이 되기로 한 이는 내 말을 들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내가 말하는 부처님 말씀은 오직 부처님 말씀만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렇게 부처님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된 자라면 세상 최고의 스승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특혜가 주어져야 한다. 부처님 말씀을 배울 기본적인 환경이 제공돼야만 한다.”

▲ 부처님의 소박한 삶을 따르는 이들은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 간소한 음식을 취할 뿐이다.

스님은 이어 “옛날 옛적에는 승려들이 다른 나라 불교를 보기 위해, 또 그들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전해 줄 수 있는 스승을 찾기 위해, 짚신을 신은 채 전 세계를 도보 여행했다. 요즘은 교육을 받는 것 자체가 훨씬 쉬어졌고 정보를 모으기도 용이해져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과 스승을 고르는 것 자체가 편해졌다. 하지만 손쉽게 고른 스승과 종파라도 일단 선택한 후에는 존경과 충성으로 그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또 본인이 선택한 사원의 규율을 존중해야한다. 자신의 편견이나 섣부른 판단은 접어둔 채, 적어도 10년은 한 자리에 앉아 명상하고 자신 내부에 가득 들어있던 복잡한 생각들과 나쁜 마음가짐들을 비워나가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스님이란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이 선택한 스승은 단지 또 다른 인간일 뿐이다.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행하는 명상과 의식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처님 말씀을 바탕으로 생활하다 보면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 부처님 말씀에 따라 살아야만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강연은 그 날 갓 스님이 된 이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 칸쇼지 사원의 입구는 남 프랑스 마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으로 꾸며졌다.

칸쇼지 사원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해 질 무렵이다. 저녁 8시,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불자들이 오늘의 마지막 좌선을 위해 하나 둘씩 모여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열리는 의식이지만 그 의식들은 하나같이 다르다. 이 다양한 의식들을 통해 그들은 명상의 깊이를 점점 더 깊게 할 것이며 그들의 마음을 더욱 더 넓게 열어갈 것이다. 좌선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사람들은 다리를 접고 앉아 머릿속 모든 생각들을 비운 채 자신이 취하고 있는 자세, 호흡의 종류와 간격, 그리고 정신 상태에만 집중한다. 바로 이것이 소토선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다.

밤 11시.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위치한 칸쇼지 사원에 불이 하나 둘씩 꺼진다. 적막한 밤, 하늘 위로 간혹 지나는 비행기 소리만이 우리를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알랭 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65호 / 2014년 10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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