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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황수경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정예·26
두 번째로 원했던 서울대 병원 면접과정에 떨어졌다. 낙담했다. 그런데 정말 좋아해서 감히 바라지도 않은 세브란스 병원에 최종 합격했다. 출근 연락 때까지 감사수행도 하고 1만배도 회향해 예쁜 법명도 받았다. 원하던 병원에 합격도 했고, 법당에선 젊은불자가 절도 예쁘게 한다고 예뻐해 주고, 스스로 갈증도 해결했으니 자신만만했다. 곧 다가올 쓰나미를 모른 채….

간절히 원한 간호사 생활
병원근무, 공포로 다가와
도망 뒤 3천배 21일 기도
재취업 성공…자신감 얻어

병원에서 출근하라는 소식이 왔다. 첫 상경 길에다 첫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자 서울법당에서 잠시 머물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날에 걸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올 것이 왔다. 너무 정신없고 급박하고 긴장 속에 돌아가는 병원생활이 갑자기 공포로 다가왔다. 살면서 그렇게 크게 혼나본 적이 없었다. 나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상사들, 환자, 보호자 등. 병원 분위기에 그만 멘탈이 붕괴됐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 8시까지 질질 끌려다니는 생활이 힘들었다. 선배가 가르쳐 주는 소리도 안 들리고, 까칠한 보호자까지….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근무하는 동안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매일 도망가고 싶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모님께 전화해 내려가고 싶다 했다. ‘도망가야겠다. 이 생활에서 탈출해야겠다.’ 이런 생각만 가득했다. 청견 스님이 1시간씩 개인법문을 해주셨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결국, 근무한 지 한 달째 되던 날 파트장에게 내일부터 출근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비로소 눈물이 났다.

다음날 간호국에 가서 사직서를 쓰면 그만인데, 그 때 그 병원이 욕심났다. 원했던 병원이었다. 금방 포기한 내 모습에 ‘이게 다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한다는 말씀을 못 드렸다.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 확실했다. 병원에 연락을 주기로 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매일 자괴감에 잠만 잤다. 사람들 시선이 무섭고 친구들도 나를 얕잡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응원에도 실패하고 돌아와 면목이 없어 법당에 가기도 힘들었다. 사망보험금도 한 번 확인해봤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내겐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청견 스님을 뵙고 온 어머니는 “부산으로 와 3000배 21일 기도를 하라 했다”는 스님 말씀을 전해 주었다. 곧바로 짐을 꾸려 부산법당으로 갔다. 오로지 “재입사해 훌륭한 간호사가 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기도하며 매일 절했다. 중간에 의심이 들어 스님께 상담 받고, 좋은 책도 많이 읽고, 게으름 피우는 스스로를 경책하며 울고불고 간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21일 기도를 마치고 일요법회로 회향했다. 감사의 눈물이 흘렀고, 조금 있으니 병원에서 다시 근무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다시 힘든 병원생활이 이어졌지만 울지 않았고 버텼다. 좁은 고시원에서 출근 전후 108배씩 하며 염불하고 경전을 읽으며 수행했다. 친절간호사 추천 글도 올라오고 선배들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표로 했던 1년을 버티고 지금은 원래 목표를 향해 다시 정진 중이다.

지금도 공부하며 좌절할 때가 있다. 온갖 번뇌망상에 시달린다. 하지만 곧 정신차린다. 3000배를 하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느끼고 ‘내가 살아있구나. 나는 뭐든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눈물 흘리곤 한다. 난 이제 뭐든 할 수 있다. 그리고 목표로 했던 새로운 직장에도 합격했다.

[1266호 / 2014년 10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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