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촉각자극분배기 특허 출원
번뇌 줄이고 수행력은 향상
치매·ADHD 등 치료에 도움
불교의 핵심적인 수행방법으로 ‘알아차림’ ‘마음챙김’ 등으로 번역되는 ‘사티(sati)’ 수행 능력의 정도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기계가 처음 개발됐다. 이 기계는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망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초적 훈련 기기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치매 등 질병 치료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가 최근 ‘촉각자극분배기(觸覺刺戟分配機)’를 개발해 특허 출원을 하고, 이 장치에 대한 내용을 11월7일 금강대에서 열리는 한국불교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의 불교학자인 김 교수가 이러한 장치 개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촉각과 수행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아나파나사티(出入息念)’나 ‘사념처’의 사티수행을 응용해 위빠사나 등 다양한 수행법이 개발됐으며, 마하시, 쉐우민, 고엔카, 파욱 등 수행자들이 가르치는 사티 수행의 공통점은 호흡이든 걷기든 몸에서 일어나는 촉감의 변화를 계속 주시하게 한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열반적정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수행법이 촉각의 주시인 것이다.
김 교수는 촉감의 자극이 신체 도처에서 동시에 발생하지만 그 가운데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몇몇 촉감만 ‘의미 있는 자극으로 인지’되는 것이며, 그것은 ‘니야야빈두’ ‘구사론’과 같은 불교논서에서 언급돼 있듯 인간의 마음이란 1차원적으로 이어지는 ‘한 점 식(識)의 흐름’으로 인간에게 파악 가능한 최소 시간이 1찰나(75분의 1초)라는 점에 착안했다. 또 김 교수는 논서에 ‘성인의 지위에 오르기 직전 수행자에게는 16단계의 통찰이 찰나적으로 일어난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수행이 깊어짐에 따라 찰나를 인지하는 능력이 점점 정밀해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휴대폰 진동기능 부품인 소형진동모터를 활용해 촉각을 자극할 수 있는 기계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촉각 자극들의 지속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타이머를 추가했고, 자극의 강도에 변화를 주기 위한 다이얼도 추가했다.
김 교수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마침내 촉각자극분배기를 완성했다. 이 기계는 피험자(被驗者)의 몸에 10개의 촉각자극기를 부착하도록 만들어졌다. 사용방법은 메인 스위치를 켜고 자극 강도 설정 다이얼로 소형모터의 진동력을 일정하게 맞춘다. 이어 자극 지속시간 설정 타이머를 일정시간으로 설정한 후 10개의 촉각자극기 작동분배스위치 가운데 임의로 몇 개의 스위치를 켜고 피험자에게 통보한 후 자극스타트스위치를 누른다. 그러고 나서 피험자에게 몇 개의 촉각자극기가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 작동했는지 물은 후 그 답변을 기록해 인지의 정확성을 판별하면 된다. 이런 실험은 곧 피험자가 ‘주시하고 있었는지’ 여부와 ‘주시하는 능력의 정도’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장치는 사티 수행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주의’를 촉각으로 향하는 습관을 키워 시각과 청각에서 일어나는 번민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번의 시험결과가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교육자는 결코 거짓 시늉을 할 수 없다. 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매, 신경증 관련 환자에게 되풀이해 훈련시키면 대뇌에서 촉각 인지와 관련된 새로운 신경망이 형성되는 등 치료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불교학자로서 좀 엉뚱하긴 하지만 이 기계는 사띠 명상의 수행력을 측정하고 훈련하는 세계 최초의 기계일 것”이라며 “내년에 한국연구재단 융합연구분야에 과제를 신청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268호 / 2014년 11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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