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이산화탄소 흡입실험
41. 이산화탄소 흡입실험
  • 인경 스님
  • 승인 2014.11.1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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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침묵은 고요함서 비롯된 수용적 태도

수용이란 말은 수용전념치료(ACT)에서 자주 사용한다. 개인이 경험하는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 혹은 신체적인 느낌을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갈등상황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내가 받아들인다는 의미와는 약간 다르다. 여기서는 자신의 경험내용에 대해서 회피하거나 억압 하지 않고, 그것을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불안 통제하면 억압되고
긍정적 마음도 몽롱해져
수용서 넓어진 시야 통해
유연한 행동 선택 가능해


사건에 대한 경험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려는 것은 상황을 통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대 자본 사회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물적 인적인 관리를 엄격하게 진행한다. 모든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은 통제전략이 일차적으로 유용한 방식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전략은 개인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부과하고 결과적으로는 사업적 실패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좋은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의 이름은 이산화탄소 흡입실험이다.

집단을 수용과 통제로 분류한다. 수용집단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훈련을 했던 사람들로 구성되고, 통제집단은 자신을 통제하는데 익숙한 사람들의 집단이다. 이들에게 비닐봉지에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공기를 10초간 흡입하게 했다. 이산화탄소를 마시면 역겨울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경험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할까? 통제에 익숙한 집단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실제로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자신의 경험을 수용하도록 훈련된 집단에서는 중도탈락자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수용전략을 선택한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을 훨씬 잘 통제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이 실험에서 공포감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말은 그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통제한다는 말은 경험하는 공포감을 변형시키거나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곧 비닐종이를 코에서 떼어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발작 행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가슴에서 공허감이 밀려오면 그것을 달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여기서 술을 마시는 행동은 공허감을 감소시키려는 통제적 행동이 된다. 여기서 통제의 대상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공허감이다. 이런 불쾌한 경험을 제거하는 행동이 술 마시는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회피를 의미한다. 사실상 통제가 바로 문제 행동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그것을 온전하게 수용한다는 말은 치유의 첫 번째 단추가 된다. 외적인 물질적 대상은 통제전략이 유효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음의 경우는 비효과적이다. 불안을 통제하여 억압을 하면, 다른 마음들도 함께 억압이 되어 버린다. 우울을 다스리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약을 복용할 수가 있다. 그러나 우울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긍정적인 마음까지 몽롱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런 점에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말은 우리가 살면서 학습해야할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살아가면서 항상 좋은 일만 겪을 수는 없지 않는가? 싫고 어렵고 힘든 일도 경험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수용한다는 말은 설사 그때의 경험내용이 불쾌하거나 내게 혐오스런 자극이 된다하더라도, 그것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갖질 않고 존재하는 그대로 기꺼이 경험한다는 말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개방적 태도와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개방성이란 세계에 대한 보다 넓은 시각이다. 개인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사건에 갇혀 지내는 경향이 있다. 수용적 태도는 주관적이고 좁아진 시각에서 보다 넓어진 시야를 확보하게 만들어준다. 우리는 넓어진 시야를 통해서 효과적이고 유연한 행동을 선택할 수가 있다. 자기 시각에 갇히게 되면 경직되고 고집스럽게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 유연성은 습관적이고 관습적인 행동에서 보다 융통성이 있는 행동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심리적인 공간을 말한다.

고집 세고 융통성이 없던 우리는 나이가 들고 경험이 풍부해지면, 점차로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다. 수용적인 태도는 깊은 정서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하고, 내적으로 보면 깊은 침묵의 고요함에서 비롯된 자질이다. 이런 자질은 결국은 명상을 통해서 확보되고 계발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69호 / 2014년 11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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