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경수행 김경선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청심화·71
사경삼매 기도로 생활한지도 한 해가 다되어 간다. 수년간 몸이 좋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전전하고 다녔다. 병명도 몰라 고생했고, 신경성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온갖 약과 스트레스에 악화되기만 하고 육체와 정신은 더욱 황폐해졌다. 그리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인 모를 증후군에 고생
절에 다녀도 한숨만 늘어
미소원 법당이 삶 전환점
광명진언 사경으로 평화

좋은 법문을 듣고 편해지고 싶어 이절 저절 다니던 어느 날 대광명사에 정착했다. 절에서는 언제나 보살들이 반가이 맞아주고 주지스님은 좋은 법문을 내려주니 닫혔던 마음이 눈 녹듯이 풀렸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또 쓸데없는 걱정과 욕심과 망상에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하여 좀처럼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생각과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을 보지 못해 괴로움을 매일 술로 달랬다. 망가진 몸은 한주먹 약으로 버텼다. 자녀들과 주위의 충고, 도반들의 수행 권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백약이 무효였다.

그렇게 수년을 보내면서 무작정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주변 모든 사람들의 걱정거리로 놓이게 됐다. 무늬만 불교신자였다. 보다 못한 막내 동생이 간곡히 말했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가 다니는 미소원 봉사회 법당에 가서 그냥 앉아 있기만 하라”고…. “모든 문제와 해결을 바깥에서 찾지 말고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좀 들여다보고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고뇌하며 왜 이렇게 방황하는지 잘 들여다보기만 하라”고…. 몇 번이나 콧방귀를 뀌면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미소원 법당의 현관문을 열었다. 공양간은 어르신들 반찬 봉사로 정신없이 바쁘고, 상담실에선 갖가지 고민을 들고 서로 마음을 내어 놓으며 다독여주었고, 법당에서는 기도하는 사람들의 광명진언 독송이 끊이지 않았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모두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고 또 행복해 하고 있는데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지만 들여다보고 들여다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심경을 털어놓자 장유정 이사장은 그 때서야 광명진언 사경을 권했다.

법당에 와서 조금씩 사경하고 사시기도에 동참하는 것을 매일 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며칠 동안 신심 나서 잘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핑계를 찾았다. 병원에 가고 싶고 사경이 하기 싫었다. 온갖 핑계로 결석하면 도반들과 이사장은 그럴 때마다 전화하고 불러주고 걱정해주며 누구나 그럴 때가 있었다면서 용기를 줬다.

병원을 끊고 사경에만 매달렸다. 술도 억지로 끊었지만 점차 술 마시는 습관도 없어졌다. 어느 날 복잡했던 마음이 묵은 체증 내려가듯 시원함이 느껴졌다. ‘아, 이것이구나.’ 사경을 3개월 정도 하고 나니 저절로 이런 마음이 들었고 날이 새면 미소원으로 발길이 돌려졌다. 사경이 나날이 재미있고 나도 모르게 숨 막히던 마음이 봄 눈 녹듯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나보다 헐벗고 굶주리고 아픈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늘 나 자신의 문제에 시달렸던 나를 봤다. 이제는 뭔가 자신감이 생기고 지금부터 나의 신앙생활이 시작된다는 예감이 든다.

‘남보다 늦었지만 언제나 부처님 법을 즐기면서 편안하고 기쁜 마음 유지하면서 보살의 길을 가겠다. 봉사, 수행,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원을 세워서 고충 받는 다른 이에게도 부처님 법 전달하여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1270호 / 2014년 11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