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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우면 보이지 않는 것들

기자명 혜민 스님
전통문화 스스로 아낄때

세계문화재로 거듭난다


세상에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연하게 타국을 여행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지면 그때서야 자신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며칠 전에 학회에 참석을 하기 위해 유럽에 잠시 다녀 올 기회가 생겼다. 학회 일정이 모두 끝난 후에 모처럼 유럽에 혼자 남아 잠시 동안 여행을 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신과 만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생소한 환경에 나를 놓아 두고 다가오는 새로운 것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 내게 어떤 망상이 일어나는지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조용히 지켜보면 비교적 쉽게 실상을 관찰할 수가 있다.

여행을 할 땐 큰 도시도 좋지만 관광객들이 조금은 뜸한 작은 마을들을 둘러 보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 유럽의 작은 도시들 가운데는 아직도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들이 많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거리가 아닌 작은 돌 덩어리들로 만든 꼬불꼬불한 길을 거닐다 보면 마치 중세의 어느 한 시대에 유럽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의 어느 마을을 가든 그 마을의 정 중앙에는 항상 가톨릭 성당이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 마을의 종교적 중심으로써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성당이 그 마을의 문화적, 경제적 그리고 심지어 정치적 중심지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

건립하는 데만 100년이 넘게 걸렸다는 성당들도 참관하게 되었는데 그 안에 세월의 흔적을 고풍스레 간직하고 있는 성모마리아상이나 가톨릭 성자들의 그림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성당들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서울 종로 한가운데에 있는 탑골 공원이 떠올랐다. 구 원각사 자리에 위치한 탑골 공원이 연산군 때에 훼손만 안 되었어도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고풍스런 사찰 원각사로 지금도 남아 많은 사랑을 받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유럽을 떠나기 마지막 날에는 런던에 있는 대영 박물관에 갔다. 유럽의 기독교 문물을 많이 보고 난 후라서 그 날 따라 우리의 문화가 그리웠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한국 물품을 전시해 놓은 곳이 어디 있는지부터 물었다.

우리 나라에서 온 작은 불상이며 고려 청자들을 이 먼 유럽에서 보니 감회가 새로 왔다. 이 유물들을 통해 우리가 서양에 뒤지지 않은 유구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더불어 서양 문물을 보고 난 후에도 스스로 당당해 질 수가 있었다.

유럽에서 돌아와 보니 공주에 도난 당한 국보급 불상과 문화재 모두가 다시 회수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우리 스스로가 아끼고 사랑해야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세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지구를 반 바퀴 돌고 돌아와 보니 절 안에 모셔둔 약사여래 부처님의 모습이 오늘 따라 더 정겹고 좋아 보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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