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시대와 불교
실버시대와 불교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4.11.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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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대한노인회 주최로 서울역 광장에서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대한노인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노인단체로 경로당 6만2917개소, 노인대학 349개소 등을 운영하는 전국조직이다. 이런 단체가 개신교 목사들과 구국기도회를 연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 노인들의 대표단체라는 공적포장을 둘러 쓴 개신교 노인들의 사적단체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노년층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종종 ‘노인종교’라는 비웃음도 듣는다.

노인 인구 가장 많다는 불교
노인을 위한 배려는 안보여

임종 때 타종교 개종도 늘어
실버세대 끌어안는 노력필요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0년에는 16%, 2050년에는 3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명이 예전에 비해 대폭 늘어서다. 이제는 직장을 퇴직하고도 보통 30년 이상을 살아야한다. 정년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노령으로 접어든 실버세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노인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느는 것도 인구비중이 늘어나는 노인들의 파워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노인종교라는 불교는 실버세대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불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노령인구가 많은 것은 포교의 결과가 아닌 과거의 유산일 뿐이다. 젊은 시절 불교를 믿던 사람들이 세월과 더불어 나이를 먹으면서 함께 늙어버린 결과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적다보니 노인 신도가 많은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런데도 절 집에서 노년층의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신도회 운영은 젊고 힘 있는 중장년층에게 밀리고 불교의 포교 우선순위는 항상 어린이·청소년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노인이 된 불자들은 사찰에서 복지관으로, 복지관에서 병원으로, 결국 기독교를 믿는 호스피스의 권유에 따라 개신교나 가톨릭으로 개종을 하고 그들의 납골당에 묻히고 있다. 부모가 기독교 시설에 안치되면서 자녀들까지 개신교나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신교나 가톨릭은 노년층을 잡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 왔다. 노년층의 사회복귀를 돕는 노인대학의 경우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곳이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다. 한국노인대학복지협의회 소속 400여개의 대학 중 상당부분이 개신교 노인대학이다. 그러나 불교노인대학은 봉은사를 비롯해 2~3곳에 불과하다. 노인복지관도 불교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의 호스피스 활동 또한 개신교와 가톨릭의 활동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 김형규 부장
오늘날의 노년층은 예전의 노인과 다르다. 능력과 재력을 갖추고 건강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노인들이 많아 실버세대라고 불린다. 갈수록 그 수는 늘 것이고 사회적 영향력 또한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노년층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불자 실버세대가 그들의 연륜과 능력을 불교를 위해 쓸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야 한다. 사찰마다 노인대학을 활성화하고 전용복지관을 늘려야 한다. 무엇보다 신행형태가 달라져야 한다. 실버세대에게까지 교리공부와 참선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염불과 기도를 권해야 한다. 염불과 기도를 기복이라 폄하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고쳐야 한다. 또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호스피스 교육과 장례 봉사도 중요하다. 임종을 앞둔 사람을 도우면서 불자로서 후회 없이 삶을 마감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노년층이 증가함에 따라 실버세대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교가 이들을 끌어안을 수만 있다면 ‘노인불교’라는 비아냥이 나중에는 ‘환호’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1271호 / 2014년 11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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