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서 현대까지
중요 불교소설들이 지닌
대승불교 사상 집중분석
근현대 소설사 위상 조명
한글이 창제된 이후 15세기에 한글불서의 찬역과 간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형성된 이 한글소설들의 유형은 대부분 완벽한 소설로 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글소설 형성기의 작품으로서 갖는 그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재동 교수가 제시했던 작품들은 한문표기 시절부터 이어져온 계보가 확실해 불교소설의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그 가운데 ‘왕랑반혼전’은 작자를 보우 스님으로 보면서 최초의 한글소설로까지 불린다. 따라서 이 작품이 곧 최초의 불교소설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15세기에 연원을 둔 불교소설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특정 시기에 몇몇 작가에 의해서만 창작되는 것이 아니라, 1910년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량 있는 작가에 의해 끊이지 않고 창작되어 왔다. 따라서 전통 문학 사상으로서의 불교 사상을 주제화한 불교소설은 수천 년 이어져온 우리 민족 정신사의 지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소설은 우리 문학사에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소설에 비해 평가절하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현대 불교소설을 박사 학위 논문 주제로 삼아 연구해온 고송석이 논문을 다듬어 ‘한국 근·현대 불교소설 연구’로 펴냈다. 책은 일제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중요한 불교소설들의 대승불교 사상을 분석함으로써, 불교소설의 근·현대 소설사적 위상과 가치를 조명했다.
저자는 “불교의 세계관과 사상을 주제의식으로 내세운 창작 소설”을 불교소설로 정의하면서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불교소설 가운데 대표적 작품을 살폈다. 양건식의 ‘석사자상’ 외 3편, 한용운의 ‘박명’, 현진건의 ‘무영탑’, 이광수의 ‘원효대사’, 김동리의 ‘등신불’ 외 5편, 조정래의 ‘대장경’, 김성동의 ‘만다라’, 고은의 ‘화엄경’, 한승원의 ‘초의’ 등이다.
이 소설들을 시기별로 살펴 본 저자는 불교소설의 근·현대사적 의의를 밝힌 것은 물론, 불교소설 작품을 하나씩 짚어보는 세밀한 과정에도 충실했다. 그 속에서 불교 사상을 친절히 설명하고 소설작품과 연결 지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논문이 갖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1만7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73호 / 2014년 12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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