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믿는 티베트인들의 신앙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음을 실제로 증명해주는 그의 ‘말’과 ‘행동’, 특히 그중에서도 자신을 탄압하면서 ‘악마의 화신’이라고 비난해대는 중국 정부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잃지 않는 사랑 가득한 미소의 원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달라이라마가 된 이후에 받은 체계적인 교육 덕분일까, 티베트인들의 마음이 본래 그래서일까.
“어머니는 식량을 모두 남에게 내줌으로써 설사 우리 식구들이 굶주리게 된다 하더라도 결코 거지를 빈손으로 보낼 분이 아니셨다.” 그의 미소는 ‘달라이라마이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하였다. 내 어머님도 달라이라마가 회고하는 어머님과 같으시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꼭 빼어 닮지 못해서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지 않는다. 똑같이 자비와 연민을 갖추신 어머님에게서 태어났지만 그분은 자비의 화신이 되고,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 나와 그분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이제는 티베트 국정의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지 않고 있지만, 70여년 가까이 그 역할을 겸해온 그는 세속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안목도 분명하다.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서민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을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워서 알고 있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자기 주위에 있는 자문관이나 관리들, 혹은 그 밖의 측근들 때문에 판단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지도자의 측근들이 자기들 나름의 필요에 의해서 지도자로 하여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지만, 이것을 제대로 지키는 지도자가 극히 적다는 것이 온 세상이 겪는 고통의 시작이다.
“동물들을 관찰해 본 결과 나는 애완동물이든 야생 동물이든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춰 주더라도 기회만 있으면 결국은 달아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자유에 대한 열망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는 내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 그와 티베트인들이 왜 그렇게 독립(또는 진정한 자치)을 놓지 않는지에 대한 답이리라.
“‘나를, 나의, 내가’라는 단어를 자주 쓰는 사람이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긴장하게 되고, 너무나 자기중심적이어서 더 많은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고 심재룡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해준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야말로 심장마비 위험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 같아 걱정된다.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74호 / 2014년 12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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