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개혁회의 5대 지표로 본 종단개혁의 과제
37. 개혁회의 5대 지표로 본 종단개혁의 과제
  • 권오영 기자
  • 승인 2014.12.2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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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개선했지만 미래 위한 개혁과제 수립 절실

▲ 1994년 종단개혁이 20주년을 맞았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을 요구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1994년 종단개혁의 여정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종단개혁 1주년을 맞아 1995년 4월10일 조계사에서 열린 기념법회.

“종단개혁은 분명히 조계종과 한국불교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발전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했던 것과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 확인해보면 미진한 것이 많다. 이제 종단개혁의 단심(丹心)을 되찾아야 한다. 변화된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 다시 새로운 개혁과제를 정하고 종단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20년이 흐른 지금 종단개혁을 완수해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법안 스님, 2014년 7월10일 종단개혁 20주년 2차 세미나 ‘종단 정치권력 구조의 흐름과 과제’)

선지식 부족·수행체계 미비
‘간화선 위기’ 현상 심화돼
정부보조금 의존 재정구조
불교자주화 실현의 걸림돌

겸직금지·선거제도 도입으로
민주적 종단운영 실현됐지만
선거후유증으로 종단 ‘몸살’
지계의식 희박해 승단세속화

종단개혁 20주년 맞았지만
변화·개혁요구 목소리 커져
종단개혁의 여정은 계속돼


1994년 조계종 개혁의 성과는 컸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 현대적 종단운영 시스템을 갖췄다. 총무원으로 일원화됐던 행정체계를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으로 분리해 종단의 행정, 교육, 포교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단개혁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오늘날 한국불교계에 던져진 당면 문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1994년 종단개혁을 새롭게 조명하고 평가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푸는 단초일 수 있다.

1994년 4월10일 전국승려대회를 통해 출범한 개혁회의는 종단개혁의 5대 지표를 제시했다. △정법종단 구현 △불교자주화 △종단운영의 민주화 △청정교단의 구현 △불교의 사회역할 확대가 그것이었다. 개혁회의가 내세운 종단개혁의 5대 지표는 당시 한국불교가 직면한 현실적 문제였다. 수행과 교육의 미비로 승단의 질적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종단 집행부는 정치권력과의 유착으로 병들어갔다. 소수가 종단권력을 독점하면서 부정부패도 끊이질 않았다. 이렇다보니 불교의 대사회적 위상도 한없이 추락했다. 개혁회의가 종단개혁에 착수하면서 5대 지표를 개혁의 중심과제로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수행가풍 진작과 정법종단 구현은 승단의 체질개선을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였다. 개혁회의는 종헌에 총림과 선원을 별도의 장으로 규정해 법적 체계를 갖췄다. 간화선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선원을 기초선원과 전문선원으로 구분해 기초선원 이수자는 종단 기본교육 이수자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했다. 선원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작업도 진행했다. 그 결과 ‘조계종사 근현대편’(교육원, 2005년)에 따르면 1994년 전국 선원과 정진대중의 수는 56개 선원 1113명에 불과했지만, 수행기관에 대한 정비와 지원으로 매년 대폭 증가해 1999년에는 77개 선원에서 1640명이 정진했다. 증가폭은 현재까지 지속돼 전국선원수좌회가 발행한 2014년 하안거 방함록에 따르면 현재 선원의 수는 103개로 20년 전에 비해 1.84배 증가했다. 정진 대중도 1793명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조계종 안팎에서는 ‘간화선이 위기’라는 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비록 선원 대중은 늘었지만 이들을 지도할 선지식의 부족과 체계화되지 못한 수행법으로 간화선은 대중들로부터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실제 재단법인 전국선원수좌회 대표이사 의정 스님은 2013년 1월24일 공주 마곡사에서 열린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 참석해 “수좌들의 40%가 안거 때 선원에서 간화선을 하지 않고 위빠사나와 티베트 수행, 명상 등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행승과 행정승에 대한 구분이 갈수록 뚜렷해져 ‘수행은 선방에 있는 스님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혁회의는 교육원을 별원으로 설립해 대대적인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승려교육을 기초와 기본, 전문과정으로 나누고 단계별 교육과정을 엄격히 구분했다. ‘선교육 후득도’ 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했다. 1995년 이후 출가자부터 의무적으로 4년간 기본교육을 이수해야만 정식 스님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됐다. 2009년 제6대 교육원장으로 취임한 현응 스님은 다시 한 번 승가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치문·사집·사교·대교’라는 정형화된 학제를 개편하고 사회포교학, 비교종교학, 컴퓨터, 어학 등 현대 교양과정을 첨가했다. 교재의 한글화도 적극 추진했다. 학인모집에 허덕이는 승가대학을 승가대학원으로 전환해 전문성을 높이도록 했다. 그럼에도 교육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제도는 체계화됐지만 이를 시행하는 각 승가대학의 관심부족과 열악한 교육환경이 승가교육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스님들의 지적수준이 현대인들에 비해 떨어지고 전통교학에 대한 이해도 깊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교의 자주화는 1994년 개혁회의에 부여된 당면 과제였다. 일제강점기 이후 불교계는 정치권력의 지배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의현 총무원장도 정치권과의 유착으로 비리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따라서 개혁회의가 내세운 불교자주화는 정치권력과의 선긋기였다. 정부로부터 받는 특혜를 철저히 배제하고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분명한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불교계는 여전히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직접적인 간섭과 지배는 줄어들었지만 ‘돈’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도수 감소와 경기침체로 사찰의 자생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부족한 재원의 상당부분을 정부 혹은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문화재지원금과 각종 보조금은 불교계를 옭아매는 수단이 되고 있다. 문화재지원금 정산문제로 스님들이 구속되고, 정부보조금 횡령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종단과 사찰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불교자주화의 시작과 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단운영의 민주화는 종단개혁의 성과 가운데 하나다. 겸직금지 조항을 마련해 특정인의 권력 독점을 막았으며, 종단운영에 종도들의 참여를 확대했다. 선거제도를 도입해 총무원장과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을 선출하도록 했다. 대의기구인 중앙종회의 기능을 활성화해 종단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전통승단 운영 방식을 외면하고 세속법을 강제 이식한 민주화는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선거관리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도입한 선거제도는 금권선거와 승가의 위계질서 훼손을 불러왔고, 승자와 패자가 명확해지면서 선거 이후 후유증이 극심하다. 승자는 인사권을 이용해 권력을 독식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구조가 되풀이 되고 있다.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폐단은 일정정도 해소됐지만 비구 중심의 종단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부대중이 동참해 이룬 종단개혁이었지만 비구니와 재가자는 여전히 소외돼 있다. 중앙권력이 갈수록 비대해 지는 것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종단의 행정과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면서 권력을 향한 끊임없는 갈등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중앙의 권한을 대폭 교구에 이양해 교구중심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재현 월정사 종무실장은 지난 7월10일 ‘종단개혁 20주년 2차 세미나’에서 “현재의 중앙집권적 종단운영구조로는 정치과잉 구조를 탈피하기 어렵고, 종단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인사와 재정, 각종 종무행정과 의사결정을 교구로 이양해 교구중심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찰주지 인사의 공정성과 재정의 투명화도 민주적 종단운영을 위한 선결과제 가운데 하나다.

◆청정교단의 구현은 승단의 위상과 직결되는 문제다. 수행자의 일탈행위는 승단이 세간으로부터 지탄받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과 교육의 미비로 스님들의 파계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는 세속법을 차용한 종헌종법이 종단운영의 근간이 되면서 승단 운영의 기본질서가 됐던 율장정신이 퇴색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많다. 수계절차는 스님이 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고, 계율을 지키는 것은 몇몇 율사들의 몫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농후해 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승단의 세속화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빈해야 할 스님들이 고급승용차와 도박, 해외 원정골프 등을 즐기고, 바라이죄를 저질러도 사회법으로 실형을 받지 않으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청정교단 구현을 위해서는 지계 의식 확립과 율장정신에 근거한 청규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불교의 사회역할 확대는 개혁회의가 상당한 공을 들였던 분야다. ‘종단개혁불사 백서(개혁회의, 1994년 11월 발간)’에 따르면 개혁회의는 각종 공익단체, 문화예술진흥기관, 사회복지시설, 의료사업, 승려노후복지원, 불교사회복지법인 등의 설치를 종헌에 명시했다. 개혁종단 역시 출범과 동시에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을 전개해 복지, 통일, 환경, 인권 문제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복지 등 불교계의 사회참여는 외형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종교적 영역에서의 사회참여는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사회병리 현상에 대해 종교로서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희승 한국문화연수원 참선교수는 “최근 우리사회 구성원은 개개인의 삶의 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불교계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그 영역을 외부 수행단체들이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은 정신적 소외로 고통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불교적 치유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불교사에서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1994년 종단개혁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그 시대 불교계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를 사부대중이 공의를 모아 풀어내려고 했다는 점이다. 법과 제도를 개선해 종단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한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 조계종은 여전히 변화와 개혁을 요구 받고 있다. 이는 현재의 조계종이 불법과 율장에 어긋나고 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1994년 종단개혁이 의미를 갖는 것은 현재 조계종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미래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994년 종단개혁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275호 / 2014년 1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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