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구중심 기형적 종단구조 개선 절실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4.12.30 12:45
  • 수정 2015.02.13 14:01
  • 댓글 0

‘2015 오늘의 한국불교’설문결과에 부쳐

법보신문과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설문 조사한 ‘2015 오늘의 한국불교’ 결과가 나왔다. 불교전래 이후 가장 존경받는 스님은 2년전 설문 결과에 이어 이번에도 원효 스님이 1위에 올랐다. 불교계 가장 영향력이 큰 비구는 법륜, 비구니로는 정목 스님이 꼽혔다. 법륜, 정목 두 스님은 모두 이 시대를 대표하는 ‘힐링멘토’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업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는 학생, 취업난에 청춘을 잃어가는 청년, 명퇴와 은퇴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는 중년에 이르기까지, 힐링은 이제 특정계층이 아닌 전 시민에게 절실해 보이는 키워드다. 새해에도 희망을 잃고 절망하는 국민들을 위해 교계는 힐링과 나눔 등 사회적 소명을 다하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결과다.

‘2015 오늘의 한국불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또 있다. 무응답 결과에 주목해 보자. ‘가장 영향력이 큰 비구’ 부분의 ‘없음, 무응답’은 25%, ‘가장 영향력이 큰 비구니 스님’의 ‘없음, 무응답’ 역시 48.2%였다. ‘가장 영향력이 큰 재가자’의 ‘없음, 무응답’도 무려 70.7%에 달했다. 참고로 ‘다른 종교인 중 가장 호감 가는 인물’의 ‘없음, 무응답’은 48.3%다.

불교 지도층에 대한 질문에 ‘없음, 무응답’이 나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할 만한 스님, 재가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예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년의 교계 흐름만을 감안해 보아도 ‘아예 모르기 때문’에 응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해도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결과를 그대로 반영해 추정하면 우리 불자들은 비구니 스님에 대해서는 다른 종교인을 아는 만큼 알고 있을 뿐이다. 거의 모른다는 표현이 정확할듯하다. 재가자의 경우 다른 종교인을 아는 만큼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한다. 교계에서 갖는 비구니와 재가자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봄직하다.

조계종 중심으로 살펴보자. 비구니 승가는 수행과 정진, 가람수호, 사찰 내 의식을 비롯해 사회봉사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총무원장, 호계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법계위원, 호계위원은 할 수 없다. ‘비구여야 한다’고 종헌종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중공의를 전하고 종헌종법 개정 및 종책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중앙종회의원도 10명으로 한정돼 있다. 종단의 제도권 중심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원천 봉쇄되어 있다. 이런 현실을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비구니 스님들은 은둔과 소극적 자세를 견지한다. 돌아오는 건 무사안일하다는 비판과 종단 일에 무관심하다는 혹평이다.

재가자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대략 2005년까지만 해도 두드러졌던 NGO 활동이 최근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시민단체와 연계해 사회 부조리를 개선하려 했던 단체를 비롯해 종단을 향한 건전한 비판을 견지했던 단체의 활동조차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중앙신도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불교 NGO단체는 유명무실에 가깝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내홍에 따른 자중지란(自中之亂) 연유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종단 내 재가자의 역량을 가로 막은 것도 한 요인이다. 일례로 재가자의 참여를 명문화 한 사찰운영위원회는 아직도 제대로 구성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재가자가 교단 일원이라는 생각조차 하기 힘든 지경이다.

사부대중이 교단을 구성한다 하지만 조계종만 보아도 비구 중심의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 교계 동력의 4개축 중 비구니 축은 간신히 움직이고 있고 우바이와 우바새 2개의 축은 거의 멈춰 있다. 교계 역량을 한데 모은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가 일순간에 고쳐지리라 기대하는 불자는 거의 없다. 1994년 종단개혁 이후 각종 정책 세미나에서 강도 높게 주장했지만 종단은 늘 핵심을 외면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비구 승가가 외면했다. 일례로 개혁 종단 출범 이후 20년 동안 10석의 종회의원 의석에서 단 1석이라도 늘렸는가 말이다. 누가 반대했는가? 비구니도 아니요 우바새, 우바이도 아니다. 비구니 종회의원을 제외 한 71명의 비구 종회의원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단의 기형구조는 불통을 낳기 십상이고 불통은 종단의 갈등과 퇴보를 유발한다. 서로가 신뢰하지 않는 형국에서 종단의 발전, 나아가 불교진흥의 동력을 끌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새해에는 조계종의 참신한 개혁 행보를 기대한다. 총무원과 비구 중심의 중앙종회가 의지를 갖는다면 가능하다.

[1276호 / 2015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