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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의 새해 발심

기자명 법상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1.06 12:47
  • 수정 2015.10.20 18:14
  • 댓글 0

목탁소리 지도법사 법상 스님

보통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내가 많은 것을 안다’ ‘지식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교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도 이처럼 ‘내가 불교를 좀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불교의 이론과 방편에 대해서 좀 알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불법 그 자체는 안다거나 모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이 법은 알음알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리는 헤아림의 대상이 아닙니다.

불법은 알음알이 아니기에
분별로는 진리 알 수 없어
‘부처 되겠다’ 굳은 발심이
진리 확인하는 유일한 길

우리가 머릿속으로 분별해서 알음알이로 헤아려 아는 것들을 불교에서는 ‘식(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식이라는 마음이 대상을 알려면 대상과 내가 둘로 나뉘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불법이라는 진리는 우리와 전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헤아림의 대상이거나, 안다 모른다의 대상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숭산 스님께서는 이 법에 대해 ‘오직 모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선불교의 간화선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동안 우리는 이 의식, 분별심이라는 식을 통해서만 대상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습관화되었다 보니 법이라는 진리까지도 알음알이로 분별해서 알려고 하는 습관에 빠져서 불법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굴립니다.

그러나 불법은 머리를 굴려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동안 해오던 알음알이로 알 수 없다보니 알긴 알아야 하겠고, 도저히 머리로는 알 수 없다 보니까, 온통 꽉 막히고, 머리를 쓸 수 없으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지요. 그저 의문만 있지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답답하고 갑갑하고 온통 모를 뿐인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에서의 화두입니다.

분별해서 머리를 굴리면 둘로 나누는 것이기에 중도에서 어긋나게 됩니다. 그래서 혜능은 둘로 나누는 이법(二法)은 불법이 아니며 오직 불이법(不二法)만이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불가사의한 불이중도, 즉 불이법을 보는 것이 곧 견성’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 법, 진리라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다고 말합니다. 완전히 드러나 있으며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말하고 밥 먹고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는 그 모든 순간에 부처를 보고 있고, 부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부처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알음알이, 분별심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완전히 드러나 있다는 것, 혹은 내가 바로 부처라는 것은 곧 진리와 나 사이에는 그 어떤 간격이나 분별도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기 멀리 있어야지 그 곳으로 가는 방법이 있을 터인데, 바로 이 자리에 명백하게 드러나 있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면 따로 가는 방법이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그래서 이 마음공부를 머리를 가지고 머리를 찾는다고도 하고, 물고기가 물속에서 물을 찾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 법상 스님
목탁소리 지도법사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머리를 굴려도 안 되고, 특별한 방법도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그저 진리를 알아야겠다고 하는 간절한 발심(發心) 뿐입니다. 불법을 확인해 보겠다는 굳은 발보리심이야말로 지금 이 자리에 언제나 있는 이 법을 확인할 수 있는 길 없는 길입니다. 간절하게 발심을 하게 된다면, 이 우주법계에서는 발심을 무르익게 할 스승이든, 도반이든, 기연(機緣)이든 이 법과 계합하게 해 줄 그 모든 것들을 저절로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2015년 새해 벽두에 우리 모두 금생에 부처가 되겠다는 대 원력의 발심을 모두 함께 세워 보면 어떨까요?

[1277호 / 2015년 1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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