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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강반야바라밀이란?

기자명 서광 스님

세상 모든 번뇌 자르는 금강 지혜 상징

전통적으로 금강경의 핵심어는 반야고, 이 반야를 우리는 통상적으로 ‘지혜’로 이해하고 있다. ‘자비’라는 말이 ‘자애’와 ‘연민’의 두 단어가 합해져서 사용되듯이 ‘지혜(智慧)’도 마찬가지다. 원래 ‘반야’는 혜(慧)에 해당하고, 혜는 지(智)를 완성하는 문사수(聞思修), 즉 ①듣고(읽고)-②사유하고-③실천하는 수행의 3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금강경’에서 말하는 반야의 지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읽고)-사유하고-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취된다고 볼 수 있다.

반야는 문사수 실천으로 성취
금강반야바라밀 핵심은 사랑
사랑 욕구 채워주는 게 자비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이 생겨난다. 어떻게, 왜, 반야의 지혜가 금강, 즉 다이아몬드와 같다는 것인가? 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여 결코 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어떤 변화 속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성질과, 맑고 투명한 빛을 내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금강의 특성을 경전의 제목으로 삼고 있는 ‘금강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은 건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자 현장 스님은 ‘금강경’의 정식 제목으로 ‘능단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고 해석했다. 세상의 모든 고통과 어리석음을 단번에 자를 수 있는 가장 단단하고 예리한 것이 금강의 지혜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른다’는 표현을 잘못 이해하면 개인적 수행이나 인간관계에 무리가 따르게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고통스러울 때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애쓰거나 없애려고 하면 이중 삼중으로 괴로워진다. 반면에 고통에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게 되면 오히려 고통은 줄어들게 된다. ‘번뇌가 바로 깨달음(煩惱卽菩提)’이라는 말은 번뇌를 제거하고 따로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번뇌 자체를 지혜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치유의 과정이라는 의미다.

또 한 가지 궁금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마법의 칼처럼 멋진 금강반야의 칼을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마치 세상의 대부분의 커플들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고받으면서 인생의 어떤 풍파와 도전에도 굴복하지 말고 함께 맞서 극복하자고 혼인서약을 하지만 가정불화와 이혼율이 고공행진을 해 온 것처럼 지금껏 수많은 수행자들과 불자들이 금강경을 독송, 수지, 사경하고, 설법을 해 왔지만 깨달음의 길은 여전히 아득하게 느껴지고, 어쩐지 세상의 번뇌와 고통은 더 커지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얼마나 진실한 사랑의 마음으로 결혼반지를 주고, 받고, 끼고, 다니는가에 달려있듯이 얼마나 자비롭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으로 금강의 지혜를 사유하고 실천하는가에 있다.

마지막으로 금강반야바라밀의 치유적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의 온갖 고통, 탐욕, 화, 갈등, 번뇌 등의 인간문제를 가장 근원적으로 치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금강반야바라밀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가? 사랑이 아닐까 쉽다. 사랑가운데서도 가장 으뜸이 되는 조건 없는 사랑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자비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자아초월 심리학자인 프렌시스 보건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간관계 문제와 고통 이면에는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탐욕, 화, 어리석음, 질투 등 사랑의 걸림돌을 만드는 단단한 감정의 껍질 안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외로움, 두려움, 상실 등등. 우리들 가슴 밑바닥에 간직하고 보호하려는 이 부드러운 느낌들 이면에는 흔히 아동기 성장과정에서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이 있다. 인정, 친숙, 유대감, 안전감…. 그 가운데서도 우리의 충족되지 않은 가장 깊은 욕구는 ‘사랑받는 것’이다.

치유적 관점에서 본 금강의 지혜는 바로 탐진치 삼독에 중독된 우리들 모두의 내면 깊숙이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의 욕구를 보는 것이고, 그 사랑의 욕구를 채워주는 행위가 자비가 아닐까 한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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