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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녀의 자존감

인정받고 싶은 아이 무시하며 자존감 낮아져

초등학교 5학년생인 진아는 3학년 때부터 줄곧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반 아이들은 진아가 하는 말을 흉내내며 비웃거나 지나는 길을 막으며 시비를 걸어온다. 진아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그렇게 날 노려보면 어쩔 건데? 왜 한대 때리고 싶어?”라며 4~5명이 우르르 달려들어 손가락으로 진아 머리를 콕콕 찌른다. 이런 일이 2~3일에 한번은 일어나므로 학교생활이 두렵고 화도 나서 소리라도 크게 지르고 싶지만 그럴 용기마저 나지 않아 꾹 눌러 참는다. 오늘날 학교현장은 진아와 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1~2명은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자기주장을 잘 못하고 위축돼 있으며 자존감이 매우 낮다.

자존감이란 자아존중감의 준말로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상태다. 이를테면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일종의 평가다. 이러한 평가는 부모나 주위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인정과 관심을 받기위해 여러 행동을 취하는데 이때 부모가 자신을 좋아해주고 믿어주면 ‘아, 나는 괜찮은 아이로구나’ ‘나는 소중한 사람이구나’ 라는 긍정적 믿음을 갖지만 만일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면 아이는 낙담하고 위축돼 버린다.

이와 관련해 부처님은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장아함경’을 보면 “부모가 해야 할 역할 가운데 하나는 부모의 자애함이 자녀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게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부모는 자애로워야 한다는 부처님 말씀에는 자녀가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할 만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도 함축돼 있다. 자애란 아랫사람에게 어질고 인자한 사랑을 베푼다는 뜻이다. 자애로운 부모는 자녀로 하여금 안정되고 평화로우며 자신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돕는데 이런 태도야 말로 부모의 역할에서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덕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아와 같이 또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자신에 대한 좌절과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며 더구나 부모의 따뜻한 이해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관심 밖에 있다면 자존감만 낮아지는 게 아니라 모든 발달에도 악영향을 준다.

어떤 부모는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자녀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영이 엄마는 어느 날 방문한 삼촌이 아영이의 의젓함을 칭찬하자 “지금은 딴 사람 됐어요. 어렸을 때는 어떻게나 고집이 센지 글쎄 반나절을 운적도 있어요.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키웠나 싶어요”라며 옛날이야기라도 전해 주듯 말한다. 부모는 성숙해진 아영이 모습이 대견하다는 의미로 표현한 것일 수 있으나 그 말을 듣는 자녀입장에선 수치심을 일으키고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좋은 경험보다 불쾌했던 경험을 더 오래 간직하고 기억하며 괴로움을 겪는다.

예전에 비해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사춘기에 접어들 만큼 성장이 빨라졌다. 남아에 비해 여아가 좀 더 조숙하고 정서적으로도 민감하며 감정적인 기복이 크고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 만큼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이해심도 부족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기에 부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다. 출생에서 성장하기까지 어떤 연령층도 부모의 돌봄과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시기는 없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여아는 부모의 이해와 자애로운 대화가 더욱 요구된다.

황옥자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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