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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오류 경계한 강희제[br]지도자의 모범을 보여주다

기자명 이병두

‘강희제’ / 조너선 스펜스 지음 / 이준갑 옮김 / 이산

▲ '강희제'
청(淸)의 제4대 황제 강희제(康熙帝)는 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 재위기간(1661∼1722)이 가장 길다. 소수 이민족 출신 청나라의 거대한 중국대륙 지배는 이 시절에 확고한 기반을 다져, 그 뒤 옹정·건륭으로 이어지는 전성기를 이루었다. 현재 중국이 자신들의 땅이라 주장하는 타이완·신강위구르 지역 등에까지 영토를 넓히게 된 것도 이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다.

또한 한자 사전의 모범이 되는 ‘강희자전’과 역대 고전을 집대성한 ‘고금도서집성’ 편찬을 추진하는 등 중국의 전통문화 부흥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인물이 그이다. 그는 “천성적으로 질문하기를 좋아”하여 “사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탐구하는 데 끝없는 즐거움을 느끼는 ‘풍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저자의 평이 바로 어린 나이(8세)에 즉위한 강희제가 큰 인물이 된 이유와 배경일 것이다.

강희제 시절의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책은 다른 평전이나 전기와는 아주 다르다. 독자에게는, 마치 그가 직접 말하는 내용을 옆에서 그대로 받아 기록한 것처럼 생생한 육성으로 들린다. 그래서 재미있고 읽는 속도도 빠르다.

그는 ‘주역’ ‘춘추좌전’과 같은 경전을 읽고 토론할 때면 항상 ‘현실과 유리되지 않는 해석’을 강조하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순수한 학자, 곧 유(儒)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너무도 많은데, 그들은 어리석고 교만하다. 그들은 도덕적 원리에 대해 말하기를 줄이고 실천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이것은 오늘 이 땅의 자칭 지식인들에게 내가 던지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일식과 월식이 언젠지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보다도 우리가 이로 인한 곤란을 막고 평안함을 얻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통시대의 다른 제왕들과 달리 실질을 중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죽어 가는 부모의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태에 대해 “아무리 효도를 하기 위해 자살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명을 제물로 삼는 행위는 부모를 도울 모든 기회를 방기하는 짓”이라며 비판하였으니, 부모에게 효도하기 위해 자신의 살을 베고 손가락을 잘라 내거나 죽음을 택하는 후손에 상까지 내렸던 그 시절 조선의 부유(腐儒)들에게는 오랑캐로 비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외교에서도 탁월하였다. 로마 가톨릭 특사 투르논과의 대화에서는 “관대함은 정의로부터 나와야만 한다. 짐은 서양인들이 처신을 잘하고 처벌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관대함으로 대해 왔다. 그러나 우리의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의 법에서 정한 최고의 형벌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때는 짐이 개인적으로 용서하고 싶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단호한 자세를 보이면서도 “비공식적인 시간에 비공식적인 장소에서 만나고 있으니, 그대는 보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마음껏 웃어도 좋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를 유쾌하게 다룬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노인들이 병에 걸렸을 때 의원을 부르고 병구완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은 물론 환자들의 말동무가 되어 줄 오랜 벗들도 보내 주어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복지 문제에 대한 앞선 시각이다.

“어렸을 때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활솜씨를 칭찬하였다”면서 “나를 비판하였던 바로 그 한 사람 때문에 나는 지금처럼 훌륭하게 활도 쏘고 말도 탈 수 있게 되었다”는 그의 회고는, 권력을 갖게 되면 그것이 크든 작든 자신에 대한 비판을 멀리하고 칭찬과 아부에만 익숙해지는 세상의 모든 권력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처럼 들린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1279호 / 2015년 1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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