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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들이 원하는 재미

선생님 수업 재미없게 느끼는 이유 생각할 기회 줘야

중학교 1학년인 민기는 학교에서 돌아오자 짜증난 듯 말한다.

공부 지루하단 편견 가진 아이
대화로 이유 찾는 노력 필요해
감각기관서 느낀 쾌락이 재미
큰 자극만 좇는 아이 다독여야

“수학선생님 때문에 공부할 맛이 안나요.” 그러자 엄마가 묻는다. “선생님과 무슨 일이 있었니?” “그게 아니라 수업이 재미없어서 지루해요.”

이런 일이 어디 민기만의 일이겠는가? 유치원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수업, 재미있는 선생님을 원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수업이란 공부 이외에 다른 재미있는 예를 많이 들어 코미디 버금가는 설명으로 지루하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아이들은 공부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이 재미없는 공부를 어떻게 재미있게 가르칠 것인지는 모든 교사들이 고심하는 화두다. 오죽하면 삐에로 복장으로 분장하여 어려운 수학을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가르치거나 온몸에 물감 칠을 한 변장으로 수업하는 교사가 화제 인물로 떠오르겠는가? 모두가 학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수업에 집중시키려는 교사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결과물이다. 그러나 인간의 개성이 다양한 만큼 교사들에게 이러한 수업을 똑같이 원하는 것은 무리다.

민기 부모는 민기에게 어떤 점에서 선생님의 수업이 재미없는지 대화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냥 참아야지 어쩌겠니?”라는 말로 적당히 넘기는 것은 아이에게 교사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라는 것이 된다. 그보다는 빡빡한 수업내용 때문인지, 음성의 톤이 단조로워서인지 등의 이유를 찾고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 교사의 외적인 특성보다는 인간됨이나 성실한 수업태도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안목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부모의 자세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재미란 일종의 자극 추구이다. 감각기관에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재미가 일어난다. 반면 감각기관에 아무런 자극이 없으면 심심해진다. 예를 들어 눈(眼)의 재미는 아름답고 멋진 볼거리(色)에서 오고, 귀(耳)의 재미는 즐겁고 기분 좋은 소리(聲)에 있듯이 감각기관에 느껴지는 쾌락의 감정들이 재미다. 반면 감각기관에 자극이 부족하면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의 감각적인 쾌락은 충족이 되는 순간 또 다른 감각적인 자극을 원하게 된다. 마치 고장 난 브레이크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멈출 줄 모른다. 더 큰 자극과 쾌락을 찾아서 끝없이 질주한다는 점을 부처님은 허상이라는 비유를 들어 깨우치고 있다.

‘맛지마니까야’ 사자후 편을 보면,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른다.

“감각적 쾌락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그러나 감각적 쾌락이 일어나면 그것을 버리고 제거하고 소멸하라. 감각적 쾌락은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치며 지혜를 억누르고 곤혹을 일으키며 열반을 멀리하게 한다. (…중략…) 수행승들이여, 감각적 쾌락이 일어나면 그것이 자신을 해치고 남을 해친다는 것을 성찰하라. 그러면 감각적 쾌락은 내게서 사라지게 된다.”

부처님은 인간의 감각적 쾌락이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그 해악이 더 크므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씀했다. 이를 소멸하는 방법도 동시에 가르쳐 주고 있다. 아이들의 삶은 즐겁고 재미가 있어야 생기가 돈다. 그러나 재미가 과도하면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도 있으므로 부모는 자녀의 감각적인 재미를 적당한 정도에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황옥자 교수 동국대 명예교수 hoj@dongguk.ac.kr

[1280호 / 2015년 1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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