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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해결해주는 ‘무한평’ 작전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2.02 12:46
  • 수정 2015.10.20 18:08
  • 댓글 0

스님이 되고 나서 특이한 관점이 생겼다. 어느 집에 가든 이상하게 작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해인사에서 출가해 20명은 거뜬히 생활하는 넓은 행자실, 1000명은 거뜬히 수용하는 공양간, 수백 명이 함께 예불 가능한 큰 법당, 수천 명이 운집해 정대불사하는 넓은 도량을 누비며 살았기 때문일까? 3평짜리 작은 공간에서 살아가던 내게 출가는 공간감각에 대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탐욕 부딪칠 때 분노 꽃피고
어리석음이 고통의 씨앗 돼
욕심 없는 무한한 마음만이
인간 속 문제 단번에 해결해

극락세계를 다루는 경전의 양은 엄청나다. 우리나라의 국민들 중에 ‘나무아미타불’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극락세계는 인기가 많다. 하지만 정작 그곳이 어떤 곳인지 자세히 아는 불자는 드문 것 같으니 이것 참 희한한 일이다.

해탈한 아라한이 아닌 이상 불자에게 있어 죽음은 윤회 속 삶의 연장이다. 현생에서 내생으로 이사가는 것인데 대개는 자신의 업력에 이끌려 별다른 자각없이 이사갈 집을 결정한다. 이것은 깨어있음의 힘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좋은 집과 나쁜 집이 분명하게 구분된다면 도대체 누가 지극히 아름답고 행복한 극락을 두고 지극히 두렵고 고통스러운 지옥, 아귀, 축생인 삼악도의 집을 선택해서 이사를 가겠는가?

중국 청나라의 세조 순치는 18년간 황위에 올라있던 시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十八年來不自由(18년을 지내도록 자유라곤 없었으니)
山河大戰幾時休(강산을 뺏으려고 몇 번이나 싸웠더냐)

18년간 영토를 넓히기 위한 정복전쟁에 사로잡혀 행복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던 순치황제의 고통이 눈에 선하다. 대국의 황제조차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이 탐진치 삼독의 쇠사슬에 묶여 수많은 악업을 짓고 있는 그의 과거가 눈물겹다. 탐욕이 맞부딪칠 때 분노의 꽃인 전쟁은 시작된다. 전쟁이 낳은 수많은 고통들은 사람들을 더욱 어리석게 만드니 땅이 부족한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의 씨앗이 된다.

우리가 이사할 집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항목은 평수다. 극락왕생을 바라는 불자에게 가장 먼저 궁금한 점은 ‘그 좋다는 극락집은 몇평이나 됩니까?’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극락세계의 집은 ‘무한평’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인간계라는 집은 그 크기가 비좁아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 지구를 예로 들어도 환경, 전쟁, 기아 등등의 문제가 아주 많다.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무한평’작전이다.

극락세계 주인인 아미타불은 성불 전에는 법장비구였고, 출가 전에는 한 나라의 왕이었다. 왕은 백성을 사랑했기에 그들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땅이 유한했기에 필요한 생필품도 모자랐을 것이고, 이로 인해 다툼도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법장비구는 극락세계를 구상하는 48개의 큰 서원을 세웠고 이는 극락세계 설계도가 되었다. 이 설계도가 충분히 반영이 되어 완성되었기 때문에 법장비구의 ‘무한평’ 작전은 극락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극락세계의 평수는 무한하다. 무한한 땅에서 중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곳이기에 욕심낼 것이 없다. 탁! 트인 시야는 항상 존재의 세계관을 허공처럼 크게 만들고, 광대한 세계관은 붓다의 교법을 스폰지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함을 만든다. 무한한 땅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법문들은 마음속 탐진치조차 완전히 씻어내는 감로 같은 법희열을 선사한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3평짜리 방에서 100평짜리 법당으로 안내해준 출가가 난 참 좋다. 그리고 이 비좁은 인간세계에서 이사갈 곳, 무한평짜리 집을 보여주신 아미타불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이번에 이사갈 때는 꼭 무한한 극락세계로 왕생하리라 다짐하고 독자들에게도 간절히 권한다. 극락왕생을 함께 하길 원한다면 지금 즉시 ‘나무아미타불’ 열번! 간절히 외쳐보자.

참고로 극락세계가 무한평이라고 청소걱정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먼지 없는 청정한 곳이기에 팔 빠지는 일 없다는 것을 기억해두시길!

[1281호 / 2015년 2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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